결과 받는데 열흘씩이나…코로나 검사 대란
타운 내 검사소에 신청자 폭주
대형약국 자가검진 키트도 품절
대형병원 검진도 며칠째 무소식
“관련 시스템 사실상 마비” 우려
한인 A씨는 출석중인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여럿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덜컥 걱정이 앞섰다. 명단 중에는 얼마 전 한참 얘기를 나눈 교인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밀접 접촉자인 셈이다. 안되겠다 싶어 연휴 기간 가족들과 부랴부랴 타운내 검사소를 찾았다.
그런데 웬걸. 검사원이 “요즘 검사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린다. 오늘 의뢰하면 결과까지 열흘 정도 걸린다. 그래도 괜찮으면 지원하시라”며 미리 상황을 전한다. 보통 때는 1~2일이면 결과가 통보된다는 곳인데 적체가 심해진 것이다.
당장 불안해서 찾았는데, 10일이나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결국 가족들과 CVS, 라이트 에이드(RITE AID) 같은 대형 약국 체인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가진단 키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전화와 인터넷으로 10여 곳을 알아봤지만 모두 품절이라는 대답이었다. 10마일 떨어진 매장에 “몇 개가 남았다”는 답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갔지만, 막상 도착하니 그 사이 재고가 바닥난 상태였다.
결국 이튿날 아침 일찍 CVS에 가서 새로 들어온 물품을 3세트 구입할 수 있었다(개당 10달러). 집으로 돌아가 15분 만에 나타난 결과를 보고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비단 A씨의 경우 뿐만이 아니다. B씨는 미열이 나고 목이 아파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한 결과 양성이라는 사인이 나타났다. 깜짝 놀라 곧바로 대형 병원을 찾아 긴급 검사를 받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B씨는 “이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며 “이튿날부터 계속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조차 되지 않는다. 해당 부서의 업무량 폭주 탓인 것 같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의 급격한 확산으로 검사량이 늘어나면서 방역 체계의 첫 스텝이라고 할 감염 확인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가 겹치면서 지체 현상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애초 당국이 우려한 의료 시스템 마비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오미크론이 다른 변이에 비해 중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다며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증세가 가벼운 대신 전염력이 높아 많은 확진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 기관이나 인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씨와 B씨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A씨는 “타운내 검사소에서 결과가 10일이나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 하루라도 빨리 알려줘야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조심할 것 아니냐”며 “그렇게 오래 기다리면 검사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혀를 찼다.
B씨도 비슷하다. 그는 “검사하면서 사정 얘기를 했다. 자가 진단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났으니 신속히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도 사흘 동안이나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며 “당연히 스스로 조심하면서 주변과 격리한 채 생활하고 있지만 대형 의료기관마저 이런 상황이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행기 탑승이나, 공공기관 출입, 방역 지침에 따른 음성확인서 발급 등에도 차질이 빚어져 전반적인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현재 방역 지침이 백신 접종과 음성확인서 제시를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중 한 부분인 검사와 진단에서 정체 현상이 생길 경우 대안이 없다. 조속히 개선돼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