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자율' 새차 덜컥 샀다 '휘청'
새 차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페이먼트를 감당 못해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해광 기자
새차 평균 7.18%, 10%이상도 예사
"몇 년 갚아도 잔여 부채가‥" 한숨
결국 페이먼트 감당 못해 매각하기도
고수입 올리려 ‘취약계층’ 타겟 지적
3년 전 큰 맘 먹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를 8만4000달러에 구입했던 A모씨. 하지만 그는 소중하게 아끼던 이 SUV를 팔기로 결정했다. 매월 꼬박꼬박 1400달러씩 페이먼트를 갚아 나갔지만 아직 그의 자동차 융자 잔액은 7만4000달러나 남아있어,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3년 동안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5만달러가 넘었지만 이자율이 10%가 넘다 보니 지금 껏 갚은 돈은 1만달러 정도더라"며 "이자율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며 씁쓸해 했다.
그의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된 것은 비싼 이자율 때문이다. 게다가 차를 구입할 때 다운페이먼트를 하지 않았고 ‘트레이드 인’을 한 이전 차량은 밸류보다 융자 잔액이 더 많이 남아 있던 ‘깡통 차량’이었다. 잔여 부채를 새 융자로 이월하면서 고스란히 페이먼트 부담이 더 커졌다.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융자 이자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새 차를 덜컥 구입했다가 경제적으로 낭패를 겪는 한인 등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신용정보 업체인 ‘익스페리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융자 이자율은 새 차의 경우 7.18%, 중고차는 11.93%에 달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크레딧에 따라 이자율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크레딧 스코어가 781점 이상이라면 새 차 이자율은 5.64%로 떨어지지만 601~660점만 되어도 9.60%로 올라가며 501~600점이라면 12.28%까지 치솟는다. 중고차 이자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 781점 이상은 7.66%, 501~600점은 18.89%에 달한다.
자동차 이자율이 뛰면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만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크레딧스코어 550점 의 소비자가 12%의 이자율로 5년간 3만달러를 융자한다면 월 페이먼트는 667달러, 융자 기간 감당해야 하는 이자만 1만달러를 넘게 된다.
‘컨슈머리포츠’에 따르면 많은 대출기관들이 크레딧 스코어가 낮은 취약계층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융자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많은 이자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데다 궁극적으로 판매한 차량을 회수할 기회가 높기 때문이다.
자동차 융자는 갈수록 많은 미국인들의 가계를 옥죄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융자 부채 총액은 1조6000억달러에 달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1만3000달러로 뛰었다.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미국인들이 2010년이후 가장 높은 이자율의 자동차 융자 페이먼트에 허덕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차량 소유 비용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자동차 융자 이자율 상승과 함께 최근 몇 년 사이 차량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새 차 가격은 2021년 11.7%, 2022년 5.8%가 각각 올랐으며 중고차 역시 2020년 1월 이후 2년 동안 50%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승용차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싼 SUV나 트럭 등을 구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융자를 받으며 재정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런 점에서 반드시 수입을 고려해 매달 페이먼트를 납부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융자를 받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