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과정을 즐겨라
얼마 전 어느 대형교회 목사님의 은퇴예배에서 낭송되어 주목을 받은 시가 있다. '그 꽃'이라는 시다. 원래 유명한 시인데 다시 주목을 받았다. “내려 갈 때 보았네 / 올라 갈 때 못 본 / 그 꽃.” 석줄, 열다섯 글자로 구성된 아주 간단한 시다. 그런데 깊은 통찰력과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올라가는 길, 꿈과 야망의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올라야 할 정상에 대한 목표의식 때문에 눈을 돌릴 틈이 없는 것이 현대인의 비극이다. 올라 갈 길이 너무 바빠서 '꽃'을 볼 여유가 없다. 삶의 의미라는 꽃, 가정이라는 꽃을 보지 못한다. 정상을 차지할 욕심과 조급함 때문에 인생의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진짜 보아야 할 인생의 꽃을 보지 못한다.
어느 유명 교수가 추천하여 한때 젊은이들이 앞 다투어 읽었던 “승려와 수수께끼”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저자가 미얀마에서 경험한 특별한 추억을 소개한다. 그는 오토바이를 태워 달라는 스님의 부탁을 받고 먼 길을 달려갔다. 빠듯한 시간에 맞춰 열심히 달려 갔는데 스님의 요청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스님을 태우고 왔단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놀라운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같은 길을 따라 되돌아 왔는데 완전히 다른 길처럼 느꼈다. 갈 때는 시간에 맞춰 모셔다 드리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돌아가는 길에는 여유롭게 여행을 할 수가 있었단다. 여유롭게 길을 달리면서 시간에 쫓겨서 달려 갈 때와 전혀 다른 경험을 한 것이다.
도로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과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그리고 계절을 입은 산하를 경험한 것이다. 여유로운 여행길에서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분주한 현대인들은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삶의 목표에 집착하여 쫓기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법이다. 삶의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니 인생길의 풍경을 보지 못한다. 인생길 풍경에 가족들이 있고, 성장하는 자녀들이 있고, 가족들이 함께 가꾸어 가는 가정이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 중에 '파라마운트 픽처스'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회장이 쉐리 랜싱이다. 그녀는 아주 밑바닥에서 시작해 각고의 노력 끝에 미국 굴지의 영화사 회장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쉐리 랜싱 회장의 좌우명이 “과정을 즐겨라!”이다. 그녀는 스스로 과정을 즐긴다. 아울러 랜싱 회장은 사원들에게도 “과정을 즐겨라. 성공을 염려하지 마라”라고 강조한다. 과정을 잘 보낸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잘 보내는 것이 승패보다 더 중요하다.
유영만 교수는 그의 책 『곡선이 이긴다!』에서 "행복은 목적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로 가는 수많은 간이역에 존재한다!"고 했다. 행복은 한적한 인생의 간이역에 있다. 인생의 간이역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하면 목적지에서 누리는 행복은 너무 짧다. 그리고 정작 목적지에 도착하여 누리는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한다.
과정은 때로는 힘들고 어렵다. 과정은 크게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정을 소중히 여기며 작은 간이역을 즐기면 인생이란 여행이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할 것이다. 과정을 즐겨라! 결과나 최종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순간순간 누리는 작은 행복이 소중하고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