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내고 나가도 그냥 바라만 본다"
사건 현장을 목격한 노숙자이자 피해자 친구인 브레들리 제이 윌리엄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 우미정 기자
강력 범죄 온상 된 LA 한인타운
업주 "CCTV 소용없어, 안전 절실"
싸움 말리던 아시안 흉기에 살해
용의자 체포됐지만 불안감 여전
LA 한인타운의 한 쇼핑몰에서 발생한 말다툼을 말리려던 아시아계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용의자 3명이 체포돼 구금됐다.
LA경찰(LAPD)은 17일 호세 가리베이(26), 호세 알레그리아(26), 데미안 드호니(26) 등 3명을 사건 용의자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가리베이는 살인혐의, 알레그리아와 드호니는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됐으며, 각각 200만 달러와 100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다. LAPD는 사건 당일 범행 현장을 떠나는 용의자 차량을 추적한 결과 주소지인 에코 파크 인근 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CBSLA가 1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5일 오전 1시 30분께 한인 식당과 술집이 밀집해 있는 웨스트 6가와 알렉산드리아 애비뉴에 위치한 쇼핑몰 내 편의점 세븐일레븐 앞에서 직원과 고객 간의 말다툼을 말리려던 30대 인도네시아계 남성(세나 위드자자, Seanna Widjaja)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후, 함께 있던 남성까지 폭행한 후 도주했다.
당일 사건 현장을 목격한 피해자 친구인 브레들리 제이 윌리엄(Bradley J. William)은 “말다툼이 커지자 용의자 중 한 명이 픽업 트럭에서 호미처럼 생긴 흉기를 들고와 피해자 복부를 사정없이 베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용의자 한 명이 피해자의 양 팔을 뒤에서 붙잡고 있어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쇼핑몰 내에 위치한 한식당 이 모 대표는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기 위해 최소 1명의 경비원을 둔다는 조건으로 허가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1년 전부터 경비에 소홀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방범에 문제가 많아 최근 강도에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 인근 업소들까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6일 피해자 가족과 친척으로 보이는 7명이 현장에 방문해 사진과 꽃, 촛불을 들고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해당 쇼핑몰 경비원은 “피해자는 식사하러 편의점에 자주 들리며, 인사도 나눈 사이였다. 사건 당일에도 식사하러 들렀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서핑을 즐겼다는 얘기를 들었고, 최근 사업 실패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입주 업체 김 모 매니저는 “아시아계 피해자라 더욱 안타깝다. 무엇이든 돕고 싶다”며 “최근 고객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식사 후에 돈도 안내고 나가버리는 손님들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CCTV 여러 대가 실외에 설치되어 있는데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형국”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해당 상가는 타운 한복판에 위치해 24시간 편의점 외에도 한식당이 여러 곳 운영되며 평소 많은 한인들이 이용하는 곳이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피해 남성 위드자자는 사우스 베이 출신으로 사건 당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으며, 함께 폭행을 당했던 부상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