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주년 특별기획] "시니어분들 행복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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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주년 특별기획] "시니어분들 행복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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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강생들이 시니어센터가 마련한 강좌를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인 기자


“자기계발, 자원봉사로 의미 있는 일상 보낸다”

공동조사: 한인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 센터



팬데믹·인플레 이겨낸 실버 인생

배움의 즐거움, 삶의 의미 느껴

“때로는 가족보다 친구가 즐겁다”

한인타운만 살아서 ‘영어가 웬수’



가혹한 코로나19 팬데믹과 고물가 시대를 겪으면서도 한인 시니어들은 자기 계발과 자원봉사 같은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알찬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창간 3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으로 마련한 ‘시니어분들 행복하신가요’는 남가주 한인 시니어들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으며, 힘들고 불편한 점은 무엇이고, 주거 형태나 주 수입원 등의 경제적인 생활과 정치적인 견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설문 조사는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이사장 정문섭)의 협조를 얻어 이곳 수강생 217명을 대상으로 했다. 대부분 항목의 답변은 복수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상에서 가장 즐겁고 보람 있는 시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취미 또는 봉사활동’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책읽기, 글쓰기, 정원가꾸기, 골프 등을 통해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으며, ‘배움 자체에 의미를 느껴 시니어센터 강의를 즐겁게 듣고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또 파트타임 잡을 하면서 여전히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시니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베푸는 마음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도 상당수 차지했다. 사회 활동을 통해 살아있다는 의미를 느낀다는 답변도 있었다.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통해 활기찬 노년 생활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친구 만나기와 가족과의 식사 시간 같은 정서적 활동에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했다. 마음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시간을 보내며 함께 활동하는 것이 일상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한달에 한번 아들, 며느리 집에 가서 손자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는 대답도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친구 교제에 대한 응답이 가족에 비해 2배가량 높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생활 전반에 걸쳐 공감대가 크고, 공유하는 시간이 많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벽 기도와 성경 공부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 답변처럼 종교 활동에 비중을 두기도 한다. 게다가 교회나 성당 등에서 친분 관계가 넓어지는 경우가 많아 시니어들의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는 복수응답으로 봉사 활동을 겸하고 있다는 경우가 많아 연관성을 나타냈다.


‘일상에 불편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항목에는 역시 건강 문제가 가장 많이 꼽혔다. ‘시력이 침침해져 책이나 신문 보기가 불편하다’ ‘지병 때문에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다’ ‘골프를 좋아하는데 무릎이 안 좋아 못 치고 있다’는 답변도 있다. 또 ‘배우자의 건강이 나빠져 안타깝다’는 응답도 있었다.


언어 문제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도 큰 고민거리다. ‘한인타운에 살아서 도대체 영어가 늘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의 민원업무 때도 아쉬움을 호소한다. ‘복지 프로그램 신청이나 변경 때도 주변 도움이 없으면 안된다. 그것 때문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실생활에도 영향이 크다는 애로사항이다.


반면 홀로 생활하는 시니어들의 경우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점으로 나타났다. ‘식사 때 같이 먹는 사람이 없으니, 식욕도 나지 않는다’ ‘좋은 일이 생겨도 함께 기뻐할 사람이 없다’ ‘새벽녘에 잠이 깨면 더 쓸쓸하다’ 등의 얘기를 토로한다. ‘문득 자식들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괜히 부담주는 것 같아 방문은커녕 연락도 꺼릴 때가 많다’는 응답도 있다.


길고 힘들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은 특히 시니어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다. 절반 이상이 외부와의 단절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누굴 만나기도 어려웠다. 하루 종일 아무도 못 보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당시의 난감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로 인한 공포감을 겪기도 했다. ‘세상이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때가 있었다’ ‘기침이라도 조금 나면 혹시 코로나에 걸린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잠을 못 이뤘다’ 등의 기억이다.


또 줄 서서 몇 번이나 백신을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그나마도 소홀하면 모임이나 식당 출입도 어려웠던 시기를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가 컸다. 호흡이 편치 않은데 마스크를 써야만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번거로움도 시니어들의 삶을 위축시켰다.


바이러스 뿐만이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증오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문제였다. 특히 타운 내에서 여러 차례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 중에는 한인 시니어들도 상당수 포함돼 더욱 현실적인 압박으로 다가왔다. ‘어느 때부터는 새벽 산책도 나가지 못했다’ ‘혹시라도 노숙자가 다가오면 온 몸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다’ 등의 호소가 이어졌다.


글 = 백종인 기자, 편집·그래픽 = 조준서 기자 <기사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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