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아내' 하루 2건, 체포 1명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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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아내' 하루 2건, 체포 1명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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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가정상담소 로렌 권 상담사와 얘기하고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왼쪽)의 모습. 타운 내 매일 2건꼴로 신고가 접수된다. 한인가정상담소 제공


지난 해 타운 내 가정폭력 670건 

전년비 20%증가…30·40대 60%

KFAM "신고 뒤 마음 약해져 취하, 

가해자 폭력 심해지는 경우 많아"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도 20%나


# LA한인타운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 탓인 지 남편의 폭행이 잦아졌다. 보다 못한 사위의 신고로 남편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A씨는 신고에 대한 자책감으로 보석금까지 내주고 석방을 도왔지만, 이후로 남편의 폭행은 더욱 심해졌고 사위와 딸에게도 언어적인 폭력이 가해졌다.


# 시민권자 남편과 결혼해 영주권 취득을 기다리는 20대 후반 B씨는 결혼하면서 시작된 배우자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서툰 영어 탓에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신체적인 폭행에 이어 언어적, 경제적인 학대까지 이어졌지만 신분 문제에 영향이 미칠까 신고하지 못하고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야 했다. 남편은 심지어 만삭인 아내의 배를 발로 걷어차면서 위협을 느낀 B씨가 한인가정상담소를 찾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 불황에 따른 경제적 타격에 더해 재택 근무, 학교 캠퍼스 폐쇄, 이동 제한 등 불안 심리가 작용되면서 가정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한인가정상담소(KFAM·소장 캐서린 염)에서 상담과 지원을 받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LA카운티에서만 총 193명으로 전년대비(153명) 2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 대상 중 98%가 한인이며, 88%가 이민 1세 여성으로, 이 중 71%는 언어 장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FAM이 제공하는 가정폭력 지원서비스는 기본 심리상담을 비롯해 재정·의료지원과 임시 거처 보조, 법률 지원(법적 절차 지원, 법원 출두 동행) 등이 포함되며, 신고 연령층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지만 30~40대가 60%로 주를 이룬다.


KFAM 이미리 홍보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여성 실직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가정 내 남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가정폭력 증가는 여성의 경제력 상실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LAPD 올림픽 경찰서 수사과 정 김 수사관은 “지난 해 한인타운서 신고된 가정폭력(배우자) 사건은 총 670건으로 이 중 체포된 건수가 347건”이라며 “매일 2건씩 신고가 들어오고, 이 중 1명꼴로 체포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통계에 아동과 노인 학대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한인 가정폭력의 체포 건수 중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도 20%에 달한다”고 전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7일까지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60건이다.


한인가정상담소에 따르면,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민 생활이 짧거나 언어가 불편해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리 팀장은 “한인 피해자의 경우 신고율이 낮고, 신고를 한 경우에도 취하율이 높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며 “배우자의 처벌이 내키지 않아 신고를 꺼리거나, 자책감을 느껴 가해자를 보호하는 바람에 추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인가정상담소 캐서린 염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많은 한인들의 도움 요청이 있었다”며 “올해 역시 소외된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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