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하나님의 다림줄
한남옥
시인/ 영락교회 권사
결혼 날짜를 잡은 후의 어느 날 시아버님이 내가 근무하던 회사로 찾아오셨다. 회사 밑 다방에서 아버님을 뵈었다. 아빠와 일찍 사별한 내게는 아버님이 친정 아빠처럼 푸근했다. 그 날 아버님은 새 가정을 이루는 지혜를 말씀하셨다. 건축업을 하셨던 아버님은 새 가정을 이루는 일을, 집을 짓는 일에 비유하여 말씀해 주셨는데, 철없던 때라 아버님 말씀을 데면데면 들어 기억나는 게 많지 않다. 다림줄에 관한 말씀으로 기억한다.
다림줄이란 건축기술자들이 쓰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목수나 건축가들이 쌓아 올린 구조물이 수직으로 바로 서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사용한다. 아버님은 성경 아모스에 나오는 다림줄 이야기로 가정을 세우는 법을 말씀하셨다. 아버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에게서 떠나 방황했고 하나님께서는 다림줄을 벽에 대어보시며 하나님의 기준에서 벗어난 그들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벽과 같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전하셨다. 아버님은 “너희 가정의 머릿돌은 예수님이어야 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인 다림줄 삼아 믿음의 견고한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라”고 하셨다.
부모님은 좋은 신앙인이셨다. 북한에서 피난 온 가족으로 나라를 위해서 항상 기도하셨고, 가족이 모이면 예배드리는 걸 가장 좋아하셨다. 드러내지 않고 이웃을 섬기는 일도 많이 하셨다. 나는 진심으로 시부모님을 존경한다. 그분들의 과분한 사랑도,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도 큰 축복이다.
올해로 우리 부부는 결혼생활 42년째다. 돌아보니 부모님 사랑만 받고 기대에 맞게 살지 못하였다. 세상일에 바빴고,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이 사명이라 생각하며 내 아이들 신앙교육은 소홀했다. 아들들이 학교와 세상에서 잘 나가기를 기도하며 그것이 하나님 영광을 위해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새삼스럽게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오늘은 할아버지 다림줄 얘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하겠다.
내 삶을 하나님 다림줄에 비추면 어떨까?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았지만 아쉬움 투성이다. 너무 미흡하다. 하나님 다림줄에 미흡한 내 삶을 하나님께 회개한다. 또한, 지금 내 삶의 터전인 미국을 하나님의 다림줄에 비추면 어떨까? 초창기 미국은 청교도 정신으로 경건한 신앙공동체를 지향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하나님 말씀 안에서 교육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의 다림줄에 너무나 빗나가 있다. 국가적 회개운동이 절실하다.
하루하루 삶의 벽돌을 하나님 다림줄에 맞추어 쌓아 가려고 한다. 천국에 계신 부모님 기도가 늦었지만, 응답되고 있음을 보여 드리고 싶다. 또 우리를 구원하시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 이런 삶으로 가정과 나라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게 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