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매년 겨울이 오면 우리 교회 목사님 단골 설교 메뉴가 있다. 일본의 크리스천 작가 미우라 아야코 여사의 소설 ‘빙점’을 내용으로 들려주시는 메시지다. 빙점의 주인공이 눈이 하얗게 덮인 산길을 극한 심정으로 올라가, 자기의 발자국을 돌아보는 장면인데, 너무 많이 들어서 싫증이 날 만도 하건만 들을 때마다 매번 도전되고 은혜가 된다. 그래서 그 부분만 소설 원문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드디어 높은 언덕에 오른 주인공은 하얀 눈길 위에 남겨놓은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한 번 바라보게 된다. 자기의 발자국을 보는 순간 분명히 자신은 똑바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앞만 향해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눈 위에 나 있는 발자국은 비뚤어지고 흐트러져 있지 않은가. 인생을 바르게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고 자기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이 일로 인하여 그동안 용서할 수 없었던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소설 ‘빙점’은 이 부분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를 보낸다. 먼저 인간의 한계를 웅변한다. 똑바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들을 돌아보고 우리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이런 점에서 '빙점'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한계를 보게 한다.
'빙점'을 통해 지난날을 돌아보는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우리는 종종 가던 길 멈추고 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되돌아보면 지난날이 보인다. 똑바로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어긋나고 흐트러진 걸음이 많다. 소설 ‘빙점’은 우리 걸음들이 온전치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작가 미우라 아야코는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아시아대륙을 침탈하던 그 시기에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평범한 여인이었다. 패전 직후인 1946년 퇴직 후 폐결핵과 척추 질환으로 13년간 요양생활을 하며 그녀는 기독교인이 된다.
그는 남편의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웠다. 그래서 생활에 도움을 얻고 손님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자는 마음으로 조그마한 가게를 차렸다. 그런데 가게에 손님들이 몰려와 트럭으로 물건을 들여와야 할 정도로 번창했다. 그러니 차츰 주변 가게들이 어려움을 겪고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분주히 일하는 아내를 안쓰럽게 여겨 “우리 가게가 이렇게 잘되는 것은 좋지만 주위 다른 가게들이 우리 때문에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하고 염려의 뜻을 전했다.
미우라 아야코 여사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가게에 물건을 들여놓지 않았다. 손님이 물건을 찾으면 다른 가게로 안내했다. 그렇게 되자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틈틈이 펜을 들어 글을 쓴 것이 바로 ‘빙점’이다. 하나님은 그에게 이런 방법으로 보상해주셨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을 맞아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한 해를 보내는 이때가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지난 걸음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때 미우라 아야코와 눈길을 생각하며 후회와 반성 그리고 회개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새해엔 좀 더 똑바로 걷고, 새해엔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웃을 대해야지!’하며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