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전쟁터에서 날아온 소식
우크라이나에서 동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전쟁터에서 전쟁 피해자들에게 음식을 나누고, 입을 것을 나누는 키므치(Khimchi)목사님이 보낸 인사 동영상이다. 남가주에서 보낸 성금을 받고 보낸 감사 인사 동영상이다. 그 동영상을 만든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수십 번을 들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났다. 아마 그도 눈물로 이 동영상을 만들었을 것이다.
시절을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 봄에는 봄을 느끼고 봄을 즐긴다. 봄에 관련된 글을 읽고 봄에 관련된 시도 쓴다.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도 마찬가지다. 계절에 맞게 계절을 따라 살면 흥미진진하다. 계절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나 사건 사고도 놓치지 않는다. 코로나 시절에 전염병에 관련 작품을 읽었고, 전염병 관련 글도 썼었다. 여하간 시절을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
요즘은 전쟁에 빠져 산다.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전쟁 관련 시와 전쟁 관련 명언도 찾고, 전쟁 소설을 찾아본다. 전쟁은 알면 알수록 징그럽게 잔인하다. 찾아본 전쟁 명언 중에 “전쟁은 노인이 선언하고, 젊은이들이 죽는다(Old men declare war. But it is the youth who must fight and die).”라는 말이 맘에 남는다. 전쟁은 어떻게 발발할까? 마가렛 애트 우드(Margaret Atwood)가 "대화에 실패하면 전쟁은 시작된다(War is what happens when language fails.)"고 했다. 설득력이 있다.
전후세대에 문학들은 주로 전쟁을 다룬다. 전쟁은 삶의 전 부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민족의 6.25동란도 많은 작가들을 전쟁 문학가로 만들었다. 전후 세대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손창섭은 전쟁의 참혹하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비 오는 날』이라는 단편에 담았다. 손창섭은 『비 오는 날』에서 전쟁이 남기는 슬픔과 절망을 다음과 같이 축축하게 그려낸다.
전쟁 통에 부산으로 피난 내려가 달구지 목판 장사를 하던 원구는. 자신처럼 피난 내려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친구 동욱(東旭)을 만난다. 동욱이 집에 가보니 폐허 같은 집에 여동생 동옥(東玉)과 같이 살고 있었다. 영문과 출신인 동욱이 미군 부대에서 미군들 초상화 감을 가져오면 소아마비를 앓아 불구인 여동생 동옥이 초상화를 그려 연명하고 있었다.
을씨년스럽게 비가 내리는 날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헛간 같은 집에 원구, 동욱, 그리고 동구가 앉아 있다. 이들의 궁상맞은 모습은 전쟁의 상처로 모두 병들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들의 마지막도 비극적으로 끝난다. 잔인한 전쟁은 모든 사람을 다치게 하고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하고 모든 사람을 못난이로 만든다. 전쟁은 하늘도 눈물을 흘려 비 오는 날이 되었다.
전쟁은 수많은 눈물을 쏟아내게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동영상에 눈물이 담겨 있었다. 남가주 한인 교회와 성도들 그리고 시민들이 월드쉐어를 통해 보내준 성금에 감사하는 키므치 목사님의 동영상에 그의 처한 상황이 보였고 그의 절절한 가슴이 보였다. 듣는 내내 마음이 시리고 눈물이 났다. 키므치 목사님의 눈물 젖은 동영상은 내 맘과 영혼을 적셨다.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리는 전쟁에서 절망하던 우리 선배들은 하나님이 보내 주신 미군과 유엔군 덕분에 살아났다. 이름도 생소했던 Korea를 향한 사랑으로 미국 각처에서 보내준 구호물자로 허기진 배를 채웠었다. 감사 동영상은커녕 감사편지도 보내지 못했던 우리들에게 미국은 수년간 구호물자를 보냈다. ‘그 시절에 우리가 동영상을 만들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하다 다시 눈물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