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뜨물, 손 씻은 물 양동이에 모아 놓으세요"
긴급 절수령 2주 앞두고 대비책 강구해야
베벌리힐스, 글렌데일, 토런스 등 해당
"정원 관리에 치명적" 반대 여론 높아져
#패서디나에 거주하는 전기영(41)씨는 설거지를 하면서 헹구는 물을 빈 통에 모아두는 습관을 가졌다. 뒤뜰 패티오 청소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인데 악화되는 가뭄 속 물 절약 방법으로 나름 노하우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2주 뒤부터 시행되는 야외 물 사용 제한 조치에 정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이다.
LA카운티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긴급 절수 명령이 내달 6일부터 시행된다. 약 400만 명이 해당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조치는 보름 간 야외에서 물 주기를 금지시켜 ‘잔디 유지’ 문제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이번 금지령은 메트로폴리탄수도국(MWD)이 콜로라도 강으로 부터 유입되는 상수원 파이프라인의 누수 구역을 보수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명령으로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베벌리힐스, 버뱅크, 글렌데일, 롱비치, 패서디나, 토런스, 샌퍼낸도 등을 포함해 수십 곳의 다른 도시 거주자들은 야외 물 사용의 제한을 받게 됐다. 하지만, 악화되는 가뭄 속 낮은 강수량과 땡볕 무더위는 일부 주민들에게 정원을 살리고 유지하는데 큰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웨스트 6가에 위치한 캐런 가든(Karen’s Garden)의 박정숙 사장은 “미네랄이 많은 쌀뜨물이나 야채 씻은 물, 비누 없이 손 헹군 물 등을 양동이에 모아 물을 줄 것”을 권고했다. 박 사장은 “낮 시간의 직사광선은 식물에게 치명적”이라며, “마당에 있는 파라솔 등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 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패서디나에 위치한 미구엘 가드닝 서비스(Miguel's Gardening Service) 측은 "이번 물 사용 제한은 극단적인 조치"라며 "보름 간 물 없이 버텨낼 잔디는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패서디나 수도전력국(Water and Power)의 임시 총괄 책임자인 제프리 카틀린거는 성명을 통해 주민들에게 “가뭄을 잘 견뎌내는 조경으로 대체하고 보다 효율적인 실외 급수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 물 사용 효율성에 장기적인 투자를 할 것”을 요청했다.
지역사회를 대신해 도시 숲을 보호하고 가꾸는 작업을 진행하는 LA 나무보호위원회(Neighborhood Council Sustainability Alliance)의 의장직을 맡고 있는 조앤 안토니오(Joanne D’Antonio)는 “생물은 물 없이 2주 동안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물 사용 제한이 장기적인 환경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오 의장은 또 “물 사용 제한보다 주민들에게 스폰지 목욕(Sponge Baths)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잔디를 포함한 야외 식물들을 죽게 내버려 둔다면, 새로운 나무와 잔디로 교체하고 심는 데 훨씬 더 많은 물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제한 지침은 잔디의 갈변 현상 뿐만 아니라 식물과 나무를 영구적으로 손상 시킬 수 있어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한편, LA카운티 수도국은 식물과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멀치(수분 유지를 위해 식물 주위에 쌓아두는 뿌리덮개, Mulch)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멀치는 웨스트 LA(6601 Bowcroft St), 패서디나(Victory Park), 그리피스 팍(5400 Griffith Park Dr), 노스 할리우드(Vineland Ave and West Chandler Bl) 등 14곳에서 주거용으로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다.
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