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보신탕과 봉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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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 Law] 보신탕과 봉제업

웹마스터

김해원

변호사


대학 입학하고 아버지께서 우리 형제를 사당동에 있는 보신탕집에 데리고 가셨는데, 그게 필자와 보신탕의 첫 만남이었다. 대학교 때 선후배들과 봉천동에 있는 보신탕집에 자주 갔고, 20여 년 전 한국에 가서 초등학교 동창들과 같이 강남에 있는 보신탕집에서 회포를 풀었던 추억이 있다.


이렇게 어렸을 때 필자의 보신에 기여했던 개고기가 한국에서 지난 9일자로 금지됐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거나 개를 사용해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면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하는 '개 식용금지 특별법'이 한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배우이자 동물보호 운동가인 브리지트 바르도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의 금지를 위반할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도록 처벌에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평생 보신탕 업계에 종사했던 분들은 '한평생을 보신탕 가게를 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법으로 판매를 금지하면 어떻게 하나. 나이까지 들었는데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줄 모른다' 고 걱정이다. 


지금은 60~70대인 이 분들은 대부분 40년 째 보신탕과 개고기 수육을 판매해 왔기 때문에 업종 변경도 힘들다. "한평생 보신탕 가게로 벌어 먹고 살아 온 업자들 의견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일부 의견만 수용해 법안을 통과시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 는 불평이 대부분 업자들로부터 터져 나왔다.


그런데, 도살방법이 잔인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고 특히, 미국의 동물보호단체가 지속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쳐서 이런 결과는 예상했던 것이라고 본다. 애완견을 보신탕으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마치 그런 것처럼 비난을 받아서 홍보면에서 이미 지고 들어갔다.


시장논리에 따라 보신탕을 먹는 손님들이 적어지면 전통음식이라 하더라도 어련히 없어질 텐데 법제화를 통해 못 먹게 막는 것은 법지상주의라고 본다. 이런 보신탕 금지법을 보면서 LA의 봉제업의 현실이 떠올랐다.


봉제업은 이민초기 한인경제의 젖줄이었다. 봉제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번 한인들도 많았고 자바라고 불리우는 LA다운타운의 의류업계는 한인들이 석권했다. 그러나 인터넷, 노동법,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한인 1세들은 한계가 있었다. 봉제업이라고 하면 가짜 봉제 라이선스, 노동법 위반, 임금체불, 고액탈세, 정치인들 뇌물 전달 등 온갖 어두운 면들만 드러났다. 최근 10여년 동안 계속해서 최악의 불황이라는 하소연만 계속했지, 개선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한인들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아왔던 정치인들도 이제는 너도나도 고용주들에게 불리한 노동법안들을 상정해 한인 봉제업자들의 목을 조였다. 이렇게 노동법이 수시로 바뀌어도 봉제업자들은 아무런 위험을 못 느꼈다. 그전에는 그냥 벌금만 내면 끝났는데, 이제는 LA 검찰이나 연방노동부, 연방검찰의 단속에 걸리면 소송도 당하고 최악의 경우 징역형에도 처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한인 고용주들은 브로커들에게 노동법 케이스를 맡기고 '쌍팔년도식' 페이스텁이나 타임카드 방식을 고집한다. 아무리 2세 자녀들이 전문 변호사에게 맡기라고 호소를 해도 1세들은 자기들 방식을 이해 못한다면서 고집을 피운다.


최근에는 한인 노동법 변호사 사무실에서 스패니시 컨설턴트로 근무했던 노동청 관리가 관련된 캘리포니아주 봉제업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체불임금 상환 케이스까지 터졌다. 한국의 보신탕 업계처럼 봉제업이 사양산업이 되지 않도록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문의 (213) 387-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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