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새해에는 행복하게 일 합시다
김해원
변호사
지난해 말 비명에 간 배우 이선균의 최고 작품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다. 필자는 ‘나의 아저씨’를 고용법적 관점에서 특히 좋아했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에서 사내 인사들을 자기편으로 영입해서 회사 내 권력을 잡기 위해 기싸움을 하는 적나라한 모습이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아이유가 연기한 이지안은 이렇게 불필요한 파벌싸움하는 삼안E&C 간부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명연기를 보였다. 한국 회사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회사 안에서 자기편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치 조선시대 당파싸움처럼 회사 내 주도권을 잡는 것이 회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줄을 잘못 선 인재들이 희생된다는 게 안타깝다. 이선균이 분한 박동훈 부장도 ‘나의 아저씨’에서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두 당파 사이에 끼어서 엄청난 고생을 했다.
최근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오래간만에 연락을 받았다. 이 지인은 지난 2021년 초 13년 동안 재직했던 회사에서 사내 파벌싸움에서 밀려나서 퇴직했다. 혼자만 그만뒀으면 상관 없지만 본인이 물러나면서 자신을 따르던 후배들까지 한직으로 쫓겨나서 지인은 더욱 큰 맘고생을 했다. 사실 이 지인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만 했고 특별히 자기의 파벌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인의 상대편 파에서는 이 지인이 따랐던 선배와 후배들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지인을 쳐낸 것이다. 이 회사의 사장이라는 인물은 한국에서 낙하산으로 미국지사 대표로 5년 전에 와서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상대편 간부들의 말만 듣고 이런 인사를 감행했다.
지인은 약 3년 전 물러나면서 선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열심히 일만 하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만 말하고 다른 회사로 가서 열심히 근무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 반전이 일어났다. 이 지인을 쫓아냈던 상대편 간부들의 사내 전횡과 미숙한 업무 수행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상대편 파벌 내에서도 갈등이 터졌다. 결국 3년 전 지인을 퇴직시키는데 주도했던 두 명의 간부가 해고됐고 한직으로 물러났던 선후배들이 승진했다. 아직 지인이 전 회사로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불명예 퇴진이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역시 필자가 좋아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배우 남궁민이 분한 백승수는 신임단장으로 첫 부임한 후 양쪽 코치진들과의 술자리에서 날카로운 경고를 터트렸다. 감독을 허수아비로 만든 채 서로의 이권만을 주장하는 파벌싸움으로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망쳤던 이들이 반성은커녕 주도권을 잡기 위한 로비를 펼치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백승수는 “파벌싸움 하세요. 근데 성적으로 하세요. 정치는 잘하는데 야구를 못한다면 그게 제일 쪽팔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코치들에게 일침을 날렸고, 이를 들은 코치진들은 예상과는 다른 신임단장의 모습에 경직되고 말았다.
사내 대립 관계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잘못된 점을 꼬집은 백승수의 대사는 조직 내에서 실력보다는 정치싸움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통쾌한 일갈을 날렸다.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정치만 하는 인간말종들이 많은 현실에 가장 맞는 대사다.
‘나의 아저씨’에는 이런 주옥같은 대사가 나온다. “다 아무 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이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거 다 아무 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망가져. 행복할거야. 행복할게.”
2024년 갑진년에는 사내 정치와 상관 없이 모든 한인 고용주들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행복하게 경영을 했으면 한다. 문의 (213) 387-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