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불꽃이 되게 하소서!
한남옥 권사
(시인, 수필가, 나성영락교회 권사)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교회 앞마당에서는 무궁화 꽃이 한창이다. 가까이 보이는 그리피스팍은 진녹의 숲으로 우거졌다. 휴가철 여행 준비로 세탁과 수선 손님들 표정에 여름 냄새가 짙게 풍겨온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그리움도 짙어져 간다. 돌아가신 양가의 부모님들도 더 많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민 생활은 두고 온 조국을 더 생각나게 한다. 아름답고 끈끈한 정문화, 그러면서도 외세의 침입을 모두 이긴 강인한 조국 대한민국이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겪고도 선진국이 되어 지금 전 세계에 무궁화 꽃을 피우고 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서와 삶의 방법들이 내게 뿌리박혀 있어서 감사하다. 누구를 만나건 당당한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음은 내 조국 대한민국 덕분이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이다. 드라마, 영화, K-팝 등을 이해하고 알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안녕하세요?” 가게에 한국인에 가까운 발음으로 인사를 하며 들어서는 한 청년이 있었다. 한국인이 이 동네에 이사 왔나? 하고 쳐다보니 미국 사람이었다. 한국어 발음이 좋다며 어디서 한국어를 배웠느냐고 했더니, K-Pop 과 한국 드라마, 영화, 먹거리를 좋아해서 한국 친구를 사귀고 있단다. 내게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시간이 없어 못 보았다. 지인 권사님이 강추했지만, 못 보았다. 이참에 맘을 먹고 다른 일을 뒤로하고 시간을 내어 보았다.
‘미스터 선샤인’은 1900년대 대한제국 시대 드라마다. 매우 혼란스러운 격동기를 다룬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했다. 결국, 1910년에 한일합방을 했다. 그러니 이 드라마는 대한제국이 멸망과정을 다룬다. 드라마에서는 고애신, 유진 초이 등 허구적 인물들을 등장시켜 감동적인 메세지를 선물하고 있다.
나라의 위기 앞에 이길 수 없는 줄 알면서도 모두 나라를 위해 죽기까지 싸운다. 가장 비천한 백정들도 싸웠고 조선의 마지막 옹주도 싸웠다. 노비의 자식으로 부모가 양반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천신만고 끝에 미국으로 갔던 어린아이가 미해군 장교가 되었지만 돌아와 조국을 위해 싸운다. 개인적인 상처와 갈등들이 있었지만,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불살라 불꽃이 된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의 내레이션이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뜨겁게 또 타오르려 한다.”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성장하여 이렇게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음은 불꽃이 되어준 조상들 덕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적, 문화적 선진국이 되어 자랑스럽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정치적 갈등과 부패 소식을 자주 접한다. 남북 분단의 슬픈 현실도 여전하다. 1.4 후퇴 때 9살 딸을 할머니 댁에 맡겨두고 월남하신 시부모님은 행여 딸을 만날 길이 있을까 했지만 끝내 못 만나고 눈을 감으셨다. 두 분은 평화적인 복음 통일을 위해 날마다 자신을 태우시며 불꽃처럼 기도하셨다.
‘미스터 선샤인’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빈부, 신분, 국내외 거주를 막론하고 어떠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불꽃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 주어진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감당함으로 속히 복음통일을 이루길 기도한다. 민족과 조국의 아픔이 서린 6월을 보내며 “조국을 위해 작은 불꽃이 되게 하소서!”라는 기도로 다시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