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서만 봤는데”… 청와대 몰리는 외국인들
청와대~경복궁~인사동 라인 서울여행 즐기는 필수코스로
“한국 드라마에 나오던 청와대를 직접 볼 수 있다니 기대감이 커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만난 체코인 관광객 미카엘라(23)씨는 이처럼 말했다. 외교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미카엘라씨는 한국의 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첩보 드라마 등 다양한 ‘K콘텐츠’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경복궁과 전쟁기념관, DMZ 등 한국의 역사가 녹아 있는 장소들을 다녀볼 계획이고, 청와대도 방문 리스트에 포함돼있다”며 “체코에서는 들어갈 수 없는 대통령의 집무실과 거처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니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서울에서 청와대와 경복궁 일대, 인사동을 잇는 ‘관광 벨트’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드라마에 등장하던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 2~5일 서울 일대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25팀 가운데 18팀이 “청와대가 일반에 개방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꼭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 리아(28)씨는 “프랑스 관광 안내 사이트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한국 청와대가 개방돼 가볼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한국의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 같은 곳이라 들었다. 현장 관람이 시작되는 대로 빨리 찾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인 지인에게 부탁해 이미 청와대 관람에 나선 외국인 관광객들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를 찾았다는 네덜란드 출신 관광객 라펠라(27)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본 청와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한국인 친구를 설득해 청와대에 오자고 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여행사도 청와대를 포함하는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3일 미국과 캐나다 여행사 관계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관광 코스를 소개하는 투어를 진행했는데, 첫 일정을 청와대 방문으로 잡았다. 여행사 VIP트래블 김수영 이사는 “청와대 갈 수 있느냐고 묻는 외국인 문의만 하루에 10건 넘게 와서 청와대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독일의 한 여행 사이트에는 1인당 10만8000원부터 시작하는 ‘조계사-경복궁-청와대’ 당일 투어 서비스가 판매 중이다.
반면 명동같이 쇼핑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이전 관광 명소들은 아직 활로를 찾지 못한 상태다. 여행사 RYE투어 김화경 대표는 “청와대 개방 등으로 다른 매력적인 관광 코스가 많이 생겨 명동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