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불편한 편의점'과 '개'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로컬뉴스

[살며 생각하며] '불편한 편의점'과 '개'

웹마스터

대니얼 김

제너럴 컨트랙터


얼마 전 서울방문 길에 강남역 부근 대형서점에 들렀다. 출입구 정면에 베스트셀러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편의점’ 점포를 배경으로 한 책 표지가 눈에 띈다. 제목은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著, 2022)이다. 편의점과 반대되는 어감의 ‘불편한’이라는 타이틀이 눈길을 끌었다. 다른 한 권은 ‘개’(김훈 著, 2021)다. 


첫 번째 책 '불편한~’은 편의점을 드나드는 인근 서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요즘 세태들이 등장한다. 술술 읽힌다. 편의점에서 자주 통용되는 용어들이 들어있다. 산해진미 도시락, 삼각김밥, 네 캔에 만원, 폐기상품, 제이에스 등의 명칭들도 등장한다. 


'산해진미’는 편의점에서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각종 먹거리들을 뜻한다. 편의점 앞 테이블 앞에 앉아서 ‘빨간 뚜껑의 소주’와 함께 ‘산해진미’를 즐기는 이들이 여럿 나온다. ’삼각김밥’은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시현’양의 한 끼 식사다. '네 캔에 만원’은 잘 나가는 수입맥주나 국산 IPA 4캔의 가격표다. '폐기상품’은 유효기간이 막 지난 식품을 뜻하는데 편의점 알바들의 식사대용으로 애용된다. 


'제이에스 오프 제이에스’라는 말도 출현한다. 내게 가장 생소했던 용어 중 하나인 ‘제이에스’는 ‘진상’(?)고객의 영문 이니셜 JS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이 책에서 알았다. 사례를 들자면, 진상 손님들은 가게 내에서 물건을 살 때마다 괜한 트집을 잡는다. 때로는 정가표에 나온 작은 글씨의 조건들을 못 보고 막무가내로 가격을 깍아달라고 한다. 또한 젊은 점원들에게 툭하면 반말을 해대는 등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는 손님을 지칭한다.


여하튼 여러 부류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전편을 통해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삶의 에피소드, 애환, 페이소스가 끝내는 세상의 벽을 무너뜨리고 어떻게 반전되는지를 보여준다. 다음은 주인공 ‘독고’의 고백내용 중 일부다. "역지사지, 나 역시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깨우치게 된 단어다. 내 삶은 대체로 일방통행이었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이 우선이었으며,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내치면 그만이었다. 가족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비로서 얼마 전 궁굼증이 해소되었다. 소통불가라고 내게 말한 사람은 딸이었다. 아내의 얼굴도 기억나려 한다. 소통불가에 일방통행인 나를 아내는 받아쳤다. 오랜시간 나는 아내가 내 말에 수긍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 아내는 나를 견디어 주었을 뿐이었다. 그의 이러한 고백은 ‘관계와 공감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또 다른 한 편의 작품은 ‘개'다. 소설가 김훈이 첫 출간 후 15년이 지난 작년에 다시 개작해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보리’라는 이름의 진돗개를 통해 해학적이면서도 의인화된 시각으로 개의 일생을 묘사한다. 그는 책 머리에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날마다 공원벤치에 앉아 볕을 쫴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개들을 본다. 빛나는 생명의 이야기, 한 없는 마음이 다가오고 지나간다. 이 작은 책은 진돗개 '보리’의 사랑과 희망과 싸움에 관한 글이라고 했다. 


책 내용 중 '보리’의 독백 일부다. "사람들은 대체로 눈치가 모자란다. 사람들에게 개의 눈치를 봐달라는 말이 아니다. 사람들끼리의 눈치라도 잘 살피라는 말이다. 남의 눈치 전혀 보지 않고 어찌되건 제멋대로 하는 사람들, 이런 눈치 없고 막가는 사람들이 잘난 사람 대접을 받고 이런 사람들이 소신있는 사람이라고 칭찬받는 소리를 들으면 개들은 웃는다. 웃지 않기가 힘들다. 사람들 험담에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라는 말이 바로 이거다.” 


김훈은 이 책에서 ‘보리-마을-갯벌-흰순이-배추’등 다섯 개의 章으로 나눠 스토리를 들려준다. 각 장을 통하여 사람과 개와의 ‘관계와 공감’도 희화적(戱化的)으로 그려낸다. 지상(地上)의 모든 생명들, 사람들은(혹은 개들도) 모두 서로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두 작품의 공통주제는 '관계와 공감’인 듯하다.


코로나가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각종 감염 바이러스의 기세가 몰려오고 있다. 재택근무 및 외출 등의 자제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 가족 간 의견충돌도 잦아지고 있고, 집에 서고 차에 서고 언성들도 높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배려와 공감을 통한 관계회복에 대해 새삼 더 생각하게 된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