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중독성이 강한 약들?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지난 주 가디나분점 클리닉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옆집 약국에 있는 마약성 진통제들을 노렸고, 본원 옆집 공사장을 통해 침투해 본원의 벽을 손상시키고 약국으로 잠입했다.
중독은 사람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중독된 것을 찾도록 만든다. 이렇게 중독된 환자들의 경우, ‘중독돼야지!’ 작정을 하고 약물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 첫 노출은 쉽지만 다음을 어렵게 하여 사람의 뇌 구조를 망가뜨리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득하도록 만든다.
안타깝게도 한인 시니어 세대에도 이런 약물중독이 흔하다. 특히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요청하는 시니어가 많다. 필자는 어떻게든 이런 약물을 처방하지 않으려 노력해도, 어떻게 친구한테 얻어 복용해 보고, ‘약이 잘 듣는다’며 다음 방문에 꼭 처방을 요청하곤 한다. 청소년들이 마약을 친구한테 얻어 복용해서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서슴지 않고 일어나는 이유는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시니어는 보기 드물다. 오히려 중독되지 않으려고 수술 후 마약성 진통제를 꺼려하는 분들이 흔하다. 왜냐하면 경각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각심은 모든 약물에 적용되어야 한다. 친구들 사이에 떠도는 ‘내가 먹어봤는데 괜찮았어!’라는 경험담에서 비롯된 것보다, 반드시 의사와 약사의 충분한 설명을 이해하고 질문 시간을 가져야 비로소 경각심을 올바르게 세울 수 있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약효과가 ‘바로 나타났을 때’ 의존성이 생기기 쉽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는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 수면에 들게 하거나 패닉상태를 안정시켜 준다. 그러니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 패닉하거나 불면증이 도지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것보다 약의 효과가 기억이 나고 손이 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효과가 나중에 나타나는 약물이 의존성이 생기지 않는다. 항우울제가 가장 좋은 예다.
마약과 같이 아무리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약물이라도, 효과가 2주에 걸쳐 나타나니 중독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불면증에 수면제를 사용하기보다 항우울제를 주로 의사가 처방하는 것이다.
중독성이 강한 약물도 내성이 생긴다. 그로인해 더욱 강한 용량의 약물이 들어와야 희열을 느끼니 그 의존성은 깊어만 갈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약’에만 중독되는 것이 아니다. 술과 담배뿐만 아니라, 요새는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중독이 시니어 세대에도 늘고 있다. 자극을 받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계속해서 자극을 찾게 되며 갈망하게 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서서히 약물을 줄이며, 줄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치료하는 것이다. 약물을 줄이는 방법은 용량을 먼저 줄이고, 그 후 복용하는 빈도수를 줄여, 매일 복용하는 것에서 하루 건너 복용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루 복용하지 않은 날에는 내일 복용할 수 있다는 위안을 가지며 의존감을 줄여가도록 노력한다. 또한 혼자 끊는 것보다 주위 사람들에게도 알려 함께 헤쳐나갈 때 다시 약물 사용에 빠지지 않게 된다. 문의 (213) 381-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