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토요일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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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토요일<10일>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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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운타운 스키드로에서 한 주민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


소나기 예보, 기온 80도로 떨어져

주중에도 96~97도 무더위 이어져

전력공급 비상 “강제 단전도 고려”



“살다 살다, LA에서 그런 온도는 처음 봤어요.” 4일 지인들과 타운 내 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제이 윤 씨는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다가 깜짝 놀랐다. 차량 외부 온도를 나타내는 숫자가 118이라고 찍힌 탓이다. “LA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118도라는 건 듣도 보도 못했어요. 주행을 시작하니 110도 아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번 폭염이 실감되더라구요.”


푹푹 찌는 노동절 연휴가 끝났다. 특히 일요일인 4일 더위는 남가주의 각종 기록을 깨트렸다. LA카운티와 버뱅크는 110도까지 올라, 1984년 최고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또 109도를 보인 롱비치는 1988년의 최고치 107도 보다 2도나 높은 기록을 세웠다.


LA다운타운이 102도, 패서디나 107도, 샌타클라리타는 110도까지 치솟았고, 앤텔롭밸리는 113도까지 올라갔다. 오렌지카운티도 만만치 않았다. 해가 진 오후 8시까지 100도를 넘긴 곳이 대부분이었다. 풀러튼 104도, 애너하임 103도, 샌타애나가 101도를 기록했다.


이 같은 더위는 며칠 더 간다. 맹렬한 기세는 꺾이지만, 금요일인 9일까지는 뒤끝을 보인다. LA와 OC는 낮 최고기온이 96~97도대에 머물며, 밤이 돼도 70도 중반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다. 샌타클라리타, 밸리 지역은 8일까지 세자리수 기온이 예보됐다. 104~107도까지 올라갔다가 금요일인 9일이 돼야 99도로 내려간다.


결정적 계기는 토요일인 10일 예보된 소나기가 되겠다. 30~50%의 가능성으로 점쳐진 빗줄기가 내린 뒤 낮 기온이 80도대로 떨어진다. LA, OC는 80도 초반대, 밸리 지역은 80도 중후반대의 날씨가 이어지겠다.


엿새째 이어진 폭염 탓에 전력 사용에 비상이 걸렸다. 가주 에너지 공급업체 연합인 ISO는 연일 전력공급 비상경보(Flex Alert)를 발령했다. 수백만 가정과 기업이 에어컨을 가동해 5일 전력 사용량이 최고 48.9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연휴가 끝나고 출근이 시작되는 6일에는 전력 수요가 50.1기가와트(GW)로 2006년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50.2GW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ISO 엘리엇 마인저 CEO는 5일 “사상 최고치의 전력 수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전력 사용량이 최대 4기가와트까지 부족할 수 있다”며 정전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당국에 따르면 전력공급 비상경보가 내려진 첫 날인 지난 달 31일 전체 사용량이 2% 정도 줄어드는 효력을 나타냈지만, 이런 노력이 2~3배는 더 요구되는 현실이다. 마인저 CEO는 “경우에 따라서 강제 단전도 고려되는 시점이다. 시간 단위로 지역을 나눠서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글렌데일시 같은 곳은 이미 2일부터 비상령을 내린 상태다. 유사시 지역별로 1시간씩 돌아가면서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안내가 발송됐다.


LA에는 이미 전력공급 비상경보가 발령됐으며, 개빈 뉴섬 주지사는 추가 전원 공급 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A와 샌디에이고 근처에서 발생한 산불이 송전선과 발전소를 위협하고 있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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