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팬티 판매량 보면 경기침체 안다?
연준 ‘걱정 없다’ 판단, 잇단 금리 인상
심각한 침체 오면 가장 먼저 소비 줄어
오는 21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또다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시장은 “고강도 긴축이 미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연준 고위 인사들은 “미 경제는 매우 견실해 긴축을 견딜 수 있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연준의 판단 근거로 고용·소비·성장률 등 여러 거시 지표가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들여다보는 모델 중 하나인 ‘남성 속옷 매출 지표(MUI·Men’s Underwear Index)’가 견고하기 때문이란 말이 월가에서 나온다. MUI는 특정 기관이 공식 집계·발표하는 지표는 아니다. 단순히 남성 속옷이 이전보다 잘 팔리는지 아닌지 보는 수치인데 이 지표를 보면 침체 여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상무부는 8월 소매 판매가 감소했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전월 대비 0.3% 늘었다고 발표했는데, 특히 의류가 0.4%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7% 증가했다. 남성 속옷도 이 항목에 포함돼있다.
남성 속옷은 휴지나 칫솔처럼 가격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은 생필품이다. 경기나 물가에 상관없이 소비량이 일정하다. 그런데 심각한 침체가 닥쳐올 땐 갑자기 매출이 떨어지는, 불황기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품목이라고 한다. 실제 2008년 금융 위기 때 MUI가 5% 급락했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봉쇄 초기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그때마다 연준이 제로(0) 금리에 돌입했다.
구조 조정 바람이 불거나 수입이 줄면 통상 가장인 남성들이 가장 먼저 소비를 중단하는 게 속옷이라고 한다. 1987~2006년 연준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실물 경제를 자세히 분석해 금리에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퇴임 후 “남성 속옷 매출은 침체 예측에 틀림이 없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살림이 어려워도 아이들은 커지니 옷을 사줘야 한다. 아내들도 남자들도 ‘사교적’인 겉옷은 필요하다. 그러나 남자는 아내에게든 탈의실의 다른 남자에게든 구멍 난 팬티를 내보여도 개의치 않는다. 의복 중 가장 사적인(private) 것이 남성 속옷”이라고 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외 ‘드라이클리닝 업소 매출’도 침체 지표로 중시했다고 한다.
불황이 오면 여성들이 저렴하게 외모를 꾸밀 수 있는 립스틱을 사고,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통설이 있지만 요즘은 잘 맞지 않는다고 한다. 산업 공정에 필수적인 구리, 축하 이벤트에 쓰는 샴페인 매출이 줄어든다든가, 불안한 시기 ‘짝짓기’ 욕구가 높아져 온라인 데이팅앱 가입이 급증한다는 지표도 있다.
정시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