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설치예술 전시 2제
박윤정 작가의 '빙하'와 '시적 유전자'. 마크 그린필드의 'Three Sisters', 샤론 반즈의 'Without Ever Leaving the Ground, She Could Fly'.(위에서부터) /샤토갤러리 제공
24일부터 10월 22일까지 샤토갤러리
조각가 박윤정의 '미지의 통로'
두 흑인 중견작가의 '틈새: 격정'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 가을이 성큼 다가선다. 한층 높아진 하늘, 사색이 깊어지는 만큼 공허함도 크다. 허기진 의식을 채울 마음의 양식이 있을까. 윌셔가의 유명화랑 '샤토갤러리(Shatto Gallery)'에서 마침, 오는 24일부터 10월 22일까지 계절의 변화에 맞춰 나를 찾아가는 두 건의 의미있는 설치예술 전시회가 준비되고 있다.
'갤러리A' 공간에서는 도예가이자 조각가인 박윤정 작가의 개인전 '미지의 통로(Uncharted Passage)'가 열린다. 이 전시는 작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내면의 사고방식의 연결고리를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갤러리B'에서는 두 명의 흑인 중견작가, 마크 그린필드(Mark Greenfield)와 샤론 반즈(Sharon Barnes)의 그림과 조각 작품이 '틈새: 격정(Space in Between: Tempest)'이라는 주제로 전시된다.
샌디에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윤정 작가는 오랜 기간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면서 실습과 교육을 통해 낯선 영역을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특히, 점토를 이용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박 작가의 도자기 작품은 기발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내면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효과를 낸다는 평이다.
대표작인 얼음조각시리즈는 광활하고 장엄한 알래스카 풍경을 되살리면서 자연 대 인간, 죽음과 삶의 긴장관계를 표현한다. 원근법을 사용한 거대한 설치작 '빙하'는 얼음조각들이 천장으로부터 내려뜨려져 놀랍고 아름다운 경험을 불러 일으킨다. 배우자를 추억하며 만든 '풀림', 한글과 영어의 3차원적 모양과 형태를 통해 추억을 부르는 작품 등도 관람객들을 내면의 세계로 침잠하게 한다.
마크 그린필드는 벽화작가다. 현재 LA 메트로역에 45m짜리 대형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샤토갤러리 전시에서도 벽 전체를 가로지르는 광란의 기념비적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흑인이라는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얻어진 잠재의식 속 이미지를 끌어내 혼돈과 폭풍, 그리고 평화와 희망의 느낌을 동시에 전달한다.
샤론 반즈는 기호와 마크를 여러 겹으로 조합한 추상작을 추구한다. 우아하면서도 도전적인 그녀의 작품은 독특한 재료를 사용해 내면의 저항과 회복, 고통과 변화, 치유와 재건을 추상화한다. 끊임없이 재료를 깎아내고 벗겨내고 다시 쌓는 작업을 통해 흑인의 디아스포라를 외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전시회를 위한 오프닝 리셉션은 24일 오후 4~6시 사이에 있다. 전시회 기간 동안 갤러리 오픈은 수-토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까지다. 문의 (213) 277-1960, shattogallery@gmail.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