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넘는 도둑 응징… 과잉방어냐 정당방위냐
라스베이거스 스모크샵의 업주가 사건 당시 용의자를 제압하는 장면 / FOX21 뉴스 화면 캡처
8월 LV 스모크샵 사건에 논란 점화
변호사비 위한 모금 사이트도 개설
LA가발업소 한인업주 사건 오버랩
“안전 취약 환경, 치안 지적이 우선”
업소에 침입한 강도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휘두른 업주의 대응에 대해 ‘정당방위’란 주장과 ‘과잉방어’란 비판이 맞서고 있다. 최근 LA 패션 디스트릭트에서 이두영씨가 자신의 업소에서 가발을 훔치던 10대 용의자를 쫓아가다가 칼부림에 쓰러진 사건과 오버랩 되는 논란이다.
사건은 지난 8월3일 오후 3시25분께 라스베이거스 웨스트 사하라 근교에 위치한 한 전자담배 가게에서 벌어졌다. 당시 아시아계 업주 조니 응우옌(22)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다. 이때 스키 마스크를 쓴 강도 3명이 가게 안으로 들이 닥쳤다. 이들 중 한 명은 문 옆을 지키고 있었고, 두 명이 가게 안쪽으로 들어왔다. 응우옌은 “왜 그런 복면을 쓰고 있냐”고 물었지만 이들은 대답이 없었다.
이들은 “그냥 나가달라”는 응우옌의 말을 무시하고 팁이 담긴 통을 훔쳐 가려 했다. 이어 이들 중 한 명이 계산대 위로 뛰어올라가 진열된 물건들을 꺼내 가려고 했다. 그 순간 응우옌은 근처에 있던 3인치 길이의 흉기를 집어 들어 이 강도를 7차례 찔러 제압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응우옌은 “강도들 중 한 명이 총기처럼 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어서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흉기를 움켜쥐었다”며 “강도가 바닥에 쓰러지면서 ‘제발 죽이지 마라. 미안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복면도 벗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2명의 강도를 체포했다. 또 다른 한 명은 동료가 흉기에 찔리는 모습을 보고 달아났지만 이후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모두 10대 소년으로 확인됐다. 흉기에 찔린 소년의 정확한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강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생명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두고 온라인상에선 의견이 분분했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단 의견과 흉기를 사용한 건 지나친 ‘과잉방어’란 의견이 맞섰다. 일부는 응우옌이 추후 혹시 모를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를 대비해 그의 변호사비를 모금하기도 했다. 사건 이틀 뒤(8월5일) 시작된 이 모금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1만달러 이상이 모였다.
한 변호사는 NBC뉴스에 “당시 강도들의 무장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응우옌도 당시 이를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핵심은 두 사람의 거리다. 강도가 가까워지자 응우옌이 안전에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관련해 한인들은 폭력의 정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대부분의 아시안들이 소유한 스몰 비즈니스는 취약지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언제, 누가 총을 들고 들어올 지 모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게다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도 크다. 이런 지역에 경찰의 보호가 충분하다고 여기는 업주들이 몇이나 되겠나. 그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로 며칠 전에서 다운타운에서 피살된 한인 업주(이두영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사람들은 ‘위험하게 그걸 왜 쫓아가서 사고를 당했냐’고 쉽게 말하지만 비즈니스 해 본 사람은 그럴 수 없다. 눈 앞에서 가게 물건 들고 가는 데 어떻게 보고만 있냐”며 “피해자의 무모함을 탓할 게 아니라, 그런 위험을 방치하고 모른 체하는 정치권이나 치안당국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