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 없는 타운 버스정류장 시니어들 ''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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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막 없는 타운 버스정류장 시니어들 ''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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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LA한인타운 윌셔길의 버스 정류장 / 자료 사진 


 

한인 노인 등 이용자 땡볕에 고스란히

배차 들쭉날쭉, 환승 많을 땐 더 힘들어

“공청회 1년 지났지만 진전 없어”

“그늘막 설치 작업 속도 높여야”


최근 남가주 전역에 발령됐던 폭염 주의보로 무더위에 취약한 시니어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더해 한인타운 인근 버스정류장에 그늘막 태부족으로 한인 시니어들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LA타임스(LAT)는 4일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한인 시니어들의 고충’을 다루는 내용의 기사를 심층 취재해 보도했다. 특히 많은 한인 시니어들의 경우 친구와의 모임에 가거나, 시니어센터에서 수업을 듣거나,  한인타운 인근 쇼핑을 하기 위한 '유일한 교통 수단'이 버스인 상황에서 열악한 버스 정류장의 환경은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여러 번 환승이라도 해야 한다면 고충은 가중한다.    


신문은 또 한인타운 인근 버스 정류장의 일정치 않은 버스 배차 간격과 빈번한 지연으로 탑승객들의 신뢰도가 바닥나 있는 데다 LA 전역에 있는 대부분의 버스 정류장에는 벤치나 그늘막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인타운 시니어∙커뮤니티 센터(이하 시니어센터) 신영신 이사장은 4일 “최근 비까지 내린 후 찾아 온 폭염으로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난 해 8월 대중교통 개선 공청회 개최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 그늘막 하나 설치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그늘막 설치 작업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더딘 예산 집행 속도 등 관료적인 절차 문제를 꼬집었다.  


앞서 지난 해 8월 9일 시니어센터에서는 교통국 관계자 등 약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중교통 문제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으며, 이후 LA시의회는 3000개의 그늘막을 5년에 걸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신 이사장은 “시니어센터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며, “특히 올림픽 불러바드와 노먼디 사이 버스 정류장의 버스 배차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가 한 대를 놓치면 땡볕에 노출된 채 4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일주일에 약 1000명, 한 달에 4500명의 시니어들이 시니어센터에 방문하고 있다”며, “많은 시니어들이 폭염 노출에 너무 지쳐있는 상태다”고 설명했다. 시니어센터측은 셔틀버스 운행도 고려해봤지만, 차량 보험, 운전 기사 고용, 건강 보험, 수리비 등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째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버스 단골 승객인 이주연(43)씨는  “버스 이동 시간은 10분도 채 안되지만 대기 시간을 포함하면 1시간이 훌쩍 넘는다”며, “그늘막 없는 버스정류장도 문제지만, 간혹 벤치가 있다고 해도 이미 노숙자들이 점령했거나 오물로 뒤덮여 있어 무용지물이다”고 말했다. 


시력이 좋지 않아 대중교통에 의존해야 하는 테디 황(71)씨는 한인 식료품점이나 친구 모임, 경비원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이동할 때마다 “숨막힌다”고 호소했다. 지연되는 버스를 그늘막 하나 없는 정류장에서 90도 넘는 폭염을 고스란히 버텨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데나에 거주하는 김준자(78)씨는 시니어 센터에 가기 위해 세 대의 버스를 갈아탄다. 하지만, 몇 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땡볕에 노출된 채 30분 이상 대기하다가 몇 일을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런가하면, 한인타운 버스를 이용하는 제이시 김 손(78)씨는 “장 시간 기다려야 하는 버스 대기 시간으로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시청하는 취미를 포기했다”며, “왕복 두 시간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LA시 공공 사업국은 서면 성명을 통해 첫 번째 그늘막 세트가 2024년 초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미정 기자 mwoo@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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