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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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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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필자의 아버님은 22년 전에 소천하셨다. 췌장암이란 판단이 나온 뒤 45일만에 돌아가셨는데, 그 때 연세가 68세였기에 너무 빨리가신 편이다. 부모님은 그 당시 자식들로부터 '분가'하셔서 두 분이 재미있게 살고 계셨다. 결혼 후 처음으로 두 분만 살아본다며 은근히 좋아하셨고,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점차 교회와 신앙 중심으로 삶을 즐기며 사셨다. 


자식들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찾아뵐 때 반갑게 맞아주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당시 아내가 둘째 임신중이었고, 큰 녀석이 한 살 반이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어 나도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는데,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기회도 주시지 않고 아버님이 돌아가신 게 아쉽기만 하다. 


처음엔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눈물이 점차 메마르기 시작했고, 마음도 덤덤해졌다. 하지만, 가끔씩 어떤 장소, 어떤 사람, 어떤 기억, 어떤 분위기 가운데 아버지 생각이 나면 울컥 눈물이 솟는다. 까마득히 잊고 사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그런가 보다. 


십여 년 전, 필자가 자라온 한인타운 내 모 교회에서 예배 후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아버님 친구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살아계셨다면 아버님도 저분들과 같이 계실텐데'란 생각이 스쳐갔다. 식사 후 그분들께 인사드리고 일어나려는데 한 분이 다가와 봉투를 건내주셨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 사 주라며 나에게 '용돈'을 주신 것이었다. 완강히 거부했다. "아니, 제가 식사를 대접해야 마땅한데 무슨 봉투를 주세요." 그래도 손에 꼭 쥐어주시면서 아버지가 주는 선물이라 여기고 받으라고, 거절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봉투에는 “아버지 친구들”이라 적혀있었다. “아버지의 친구분들이 먼저 가신 우리 아버지를 대신해 용돈을 주셨구나”라고 생각하니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아이들과 아내 앞에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 그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 이름인가? 철 없었을 때는 영어도 못하시고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아버지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허나 내가 아버지가 되어보니 그 분의 헌신과 사랑 때문에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가 고맙고 존경스럽다. 나의 무례했던 과거 언행을 생각해 보면 죄송하기 짝이 없어 고개를 숙여,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가끔 혼자 산책할 때 불러보는 이름, “아버지,” 아니, “아-부-지.” 그냥 고맙고, 죄송하고, 많이 보고 싶은 분, 우리 아부지. 1978년 어머님의 병환때문에 미국 이민을 택하셨고, LA에 이민와 봉제공장, 구멍가게, 리커스토어 등 작은 사업터에서 참 많이 고생하셨다. 하루에 보통 14~16시간씩 일하셨고, 1년에 겨우 하루 이틀 쉬셨다.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하셨지만 정작 은퇴할 때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으셨다. 네 아들 뒷바라지하고 중병으로 고생하던 아내를 간호하느라 당신은 누리지도, 노후대책도 못하셨다. 자식과 아내를 위해 헌신하다 몸에 이상이 있는 줄도 몰랐고, 아니 알았어도 내색하지 않으신 것 같다. 아무튼 너무 빨리 가셔서 안타깝지만, 가족 중 가장 먼저 천국에 입성하셨기에 위로가 된다.  


수년 전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하와이 빅아일랜드 여행을 다녀왔다. 두 분이 건강하실 때 함께 추억을 만들고자 그렇게 했다. 하지만, 내 의도가 아내를 불편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지금도 정정하시고, 앞으로 더 자주 모시고 여행할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여행 후 2년 뒤 장인어른의 건강상태가 갑작스럽게 나빠졌고 결국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건강하실 때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 주변엔 아버지같은 어른들이 계시다. 육체의 아버지, 신앙과 믿음의 아버지, 또 존경을 받아야 할 그런 분들 말이다. 그 분들께 감사를 표현하자. 특히 다음 주일이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이다. 정말 언제 또 다시 뵐지 모르는 연로하신 어르신들께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랑과 존경을 전하자. 선물, 카드, 용돈, 식사대접, 효도관광, 무엇이라도 좋다. 꼭 감사와 사랑을 전달하자.  


"아버지! 살아계셨을 때 더 잘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며 아버지께 나의 마음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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