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에 맞선 용기…이웃들 촛불로 추모했다
지난 7일 LA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에서 열린 이두영씨 추모 촛불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ABC7
이두영씨의 딸 채린씨가 모금사이트에 올린 사진. /고펀드미
"토미는 우리 위해 맞서 싸웠다"
딸 채린씨 "아빠 용기 자랑스럽다,
'우리 딸' 하며 전화받을 것 같아"
지난 1일 LA 다운타운에서 강도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은 한인업주의 안타까운 소식에 그를 알고 지내던 이웃들과 주변 상인들은 촛불을 들고 모여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9일 ABC7뉴스에 따르면, 지난 7일 밤 다운타운 패션 디스트릭트에서는 사망한 한인 업주 이두영(56) 씨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씨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의 희생을 기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연단에 오른 한 참석자는 “토미(이씨)의 기억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그가 우리를 위해 한 일을 보지 않았나. 우리는 강하게 남아있어야 한다”고 했다.
상인 위즈맨 캥가바리는 “나는 이씨에게 ‘누군가 물건을 훔치려 한다면 그냥 내버려두라’고 항상 말했었다. 그러면 이씨는 ‘아니다. 만약 그들이 나에게서 훔친다면,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것을 계속 훔칠 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거의 20년 동안 가발 상점을 운영해왔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가게에서 가발을 훔치려던 강도 2명에 맞서다가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이씨의 딸 채린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이웃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만 슬픔에 잠긴 그녀는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을 준비가 되지는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딸 채린씨는 장례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페이지에서 채린씨는 “아버지는 전에도 여러 번 좀도둑에 맞서 싸우다 다쳐서 집에 왔다”며 “그럴 때마다 ‘위험하니 그냥 줘’라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이웃 가게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가 자신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다른 상인들을 보호하고 있었던 거다. 그는 우리에게 용감한 영웅’이라고 말했다”며 “이 말을 들으니 아버지와 그의 용기가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채린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외동딸이자 미국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유일한 가족으로서 아버지를 평화롭게 보내드리는 것이 의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어로 아버지 이씨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덧붙였다. 채린씨는 “사랑하는 우리 아빠. 지금이라도 집 문을 열고 공주하고 나를 부르면서 들어올 거 같고 전화를 걸면 ‘사랑하는 우리 딸’하며 전화를 받을 거 같다”며 “아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그 사실이 현실이 아닌거 같아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생각이나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아무도 없는 이 머나먼 땅에서 혼자서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잘 안다”며 “내가 미국에와서 아빠랑 같이 산 지난 7년이 나에게도 아빠한테도 선물 같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올바른 일을 한 거고 사람들은 그걸 기억해 줄거야”라며 “아빠가 날 얼마나 많이 사랑했고, 나는 또 얼마나 아빠를 사랑했는지 주변 사람들 모두가 다 아니까 행복한 기억만으로 보내줄게. 많이 보고싶다. 사랑해”라고 덧붙였다.
김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