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 사기 빈발… 은행들 "우린 책임 못져"
2021년 이후 송금사기 20만건 보고
사용자 피해규모만 2억1300만달러
피해발생시 책임소재 '불분명' 지적
은행에서 은행으로 돈을 보내는 간편송금앱 ‘젤(Zelle)’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사용자들의 ‘돈’을 노리는 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렌 연방상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당) 사무실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전국에서 20만건이 넘는 젤 관련 사기가 보고됐다. 피해규모는 2억1300만달러에 달한다. 젤 관련 사기의 50% 이상은 피해자가 은행으로부터 잃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젤은 JP모건체이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웰스파고, 트루이스트, US 뱅크, PNC, 캐피털 원 등 7개 대형은행이 공동소유하고 있으며 한인 알버트 고씨가 운영사인 ‘Early Warning Services’ CEO를 맡고 있다.
워렌 의원은 “은행들이 사기피해를 당한 사용자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것은 연방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사기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것은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젤 사기의 대부분은 사용자가 사기범에게 속아 돈을 보내는 방식이다. 연방 전자자금이체법에 따르면 은행은 사용자의 승인을 받지 않은 송금사기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대부분 젤 관련 사기는 사용자의 승인을 받은 후 송금이 이뤄진다. 따라서 젤을 소유한 은행들은 “승인받은 송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인 젤 송금사기는 사기범이 은행 직원을 사칭해 문자메시지를 보내 “어카운트가 해킹을 당했다. 돈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돈을 다른 계좌로 보내라”고 요구한다.
사기범은 이미 사용자의 어카운트 정보를 파악하고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간다고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런 문자가 폰에 들어오면 응답하지 말고 바로 메시지를 삭제(delete)해야 사기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젤 사기를 예방하려면 가족이나 친지 등 확실하게 아는 사람에게만 돈을 송금하고, 송금 전 돈을 받는 이의 셀폰번호나 이메일주소가 정확한지 확인하고, 젤 앱 또는 은행 온라인 어카운트 ID 및 패스워드를 추측이 어려운 복잡한 것으로 설정할 것 등을 조언했다.
젤은 돈을 은행에서 은행으로 바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어카운트에 들어온 돈을 은행으로 다시 트랜스퍼해야 하는 벤모보다 훨씬 편하다. 2021년 한해동안 미국 내 송금규모가 4900억달러로 벤모(2300억달러)를 압도한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