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늙은 고용주의 노래'
김해원
변호사
LA다운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사장(63)은 최근 들어 죽을 맛이다. 툭하면 노숙자들이 가게로 들어와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손님들을 협박해서 쫓아낸다. 경찰을 불러도 큰 피해가 없으면 오지도 않고 출동해도 노숙자들을 잡아가지도 않는다. 노숙자들이 버리는 쓰레기와 오물, 음식찌꺼기들로 인해 가게 주변은 청소를 매일 해도 늘 지저분하다.
거기에 주변에 떼강도의 피해를 입은 업소들이 많아서 불안하다는 이유로 손님도 많이 끊겼다. 물가도 오르고 개스값도 인상돼서 음식값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면 손님들이 안 올까봐 그러지도 못한다. 결정적으로 수퍼갑인 직원들 눈치도 봐야한다. 그나마도 일하겠다고 오는 후보도 별로 없어서 기존 직원들을 엄청 대우해 줘야 하는데 형편이 그렇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건물주는 어떻게 하면 기존 세입자들을 쫓아내고 건물을 재개발할 생각만 하고 있어서 리스 연장 옵션을 행사하고 싶은 김 사장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학 때 즐겨 불렀던 김민기, 양희은의 ‘늙은 군인의 노래’가 생각나서 업주들의 처지를 거기에 대입시켜 봤다. “자녀들 태어난 이 강산에 업주가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삽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가게에 묻히면 그만이지. 열심히 손님들에게 서비스하고 노숙자나 강도들이 들이닥치면 무조건 주고 저항하지 않고 세금 열심히 냈다.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고용주의 아들 딸들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비싼 차 몰고 싶냐. 아서라 말아라 고용주 아들 딸 너로다. 종업원에게 굽신굽신하고 건물주에게 꼼짝 못하는 아버지다.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 우리 손주 손목잡고 부모님 계신 한국 구경일세.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 갔네. 오늘 내일 은퇴한다면서 지금까지 새벽부터 밤까지 가게를 지키면서 언제 노숙자가 와서 행패를 부릴까, 언제 강도들이 와서 훔쳐갈까, 언제 종업원들이 노동법 소송할까 걱정되어 불면증에 온 몸이 종합병원이다.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 검은 얼굴 흰 머리에 푸른 모자 걸어 가네. 무엇을 하였으냐 무엇을 바라느냐. 우리 손주 손목 잡고 한국 구경가세.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겨간 꽃다운 이 내 청춘.”
주지사는 음력 설날을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근 한인 고용주들에게 불리한 법안 둘에 서명했다. 즉, 종업원이 15인 이상 근무하는 기업에서 채용공고를 낼 때 해당 직종의 급여 범위를 명시해야 하는 ‘임금 투명성법’ SB 1162가 주지사 서명으로 2023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직장 내 인종간 또는 성별차등을 없애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 법안은 서버나 주방일을 하는 직원에게 동등하게 페이해야 해서 식당에 불리하다.
또한, 뉴섬 주지사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내년부터 22달러까지 인상하는 AB 257에 지난달에 서명했다. 이 소식에 한인업주들도 우려하고 있다. 구직자들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생해서 좋은 대학 보낸 자녀들은 민주당이 더 좋은 정당이라고 굳게 믿고 민주당 주지사, 시장, 수퍼바이저 후보들에게 후원금 내는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러다가 김 사장이 민주당 정책 때문에 아버지가 장사하기 힘들고 경찰도 도움을 안 준다고 하면 아빠는 큰 그림을 못 본다고 대든다. 그러다가 아시아 증오범죄가 늘고 있는 현상을 보고 이게 아닌데 하고 혼란에 빠지는 자녀들을 보면서 김 사장님은 오늘도 가게를 굳게 지킨다. 문의 (213) 387-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