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흔들리는 한인은행들
[남가주 한인은행 3분기 실적 분석]
3분기 순익, 전년 동기 比 34.2% ↓
업계 "내년까지 경기침체 지속"
구조조정 등 리스크 줄이기 집중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함에 따라 남가주 6개 한인은행의 3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익이 반토막난 데 이어 뱅크오브호프(이하 BOH)는 전례없던 구조조정까지 할 만큼 금융시장에 빨간불 켜졌다는 분석이다. 각 은행들은 유동성 유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남가주에 본점을 둔 주요 한인은행 6곳이 발표한 3분기 실적을 종합분석해 보면, 3분기 총순익은 6997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1억632만달러) 34.2% 감소했다. 순익 감소폭이 급격히 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연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직격탄을 맞았던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무려 15.7% 줄었다.
은행 관계자들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높은 이자율에 따라 실적 부진을 예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내년 여름부터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볼 때 금리인하 시기는 더 늦춰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상황을 내다본 듯 BOH는 전체 임직원의 13%를 해고하고 지점 9곳을 폐쇄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이번 감원이 고객서비스 강화 및 직원 전문성 향상에 초점을 둔 '전략적 조직개편(Built for Success)'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으나 출범 이후 전례 없는 감원 규모로 수익성 방어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BOH는 3분기 순이익이 3004만9000달러(주당 0.25달러)로, 전년 동기(5374만8000달러·주당 0.45달러) 대비 44.09% 감소했다. 자산과 예금 부문은 소폭 증가했으나 대출도 7.6% 줄면서 사실상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미은행(1876만달러)과 오픈뱅크(512만1000달러), US메트로 은행(230만9000달러)도 순익이 30~43% 급감하는 등 BOH와 비슷한 행보를 이어갔다.
유일하게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준 은행은 CBB뱅크와 PCB뱅크였다. CBB의 순익은 666만9000달러로, 지난해 동기(572만7000달러)와 견줬을 때 16.4% 증가했다. 외형성장도 이끌어냈다. 고객들의 자산을 맡아주는 총 예금은 15억4929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5억3331만 달러) 대비 1.0% 올랐고 총 자산은 18억5931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실적이었던 18억16만 달러보다 3.3% 개선됐다.
PCB뱅크의 총 자산규모는 약 25억6797만달러로, 전년동기(23억2705만달러) 대비 10.4% 증가했다. 전분기(25억5635만달러)와 비교해도 0.5% 개선된 수치다. 총 예금고도 21억9213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9억7810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10.8% 늘어나는 등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증명했다.
아울러 은행들은 불확실한 요소들이 다분한 시장 상황인 만큼 몸집 키우기보다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공통된 방침을 내놨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경영이 힘든 상황이기에 비용절감을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까지 경제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타 한인은행도 해고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무리한 외형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진희 기자 jj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