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자영업자→종업원’ 정부 개정안 만지작
고용·건강보험, 오버타임 대상으로
2년전 가주서도 치열한 법적 공방
입안 시 파장… 기업체 반발 거세
조 바이든 정부가 우버나 리프트, 택배 기사 등 계약직 자영업자로 분류됐던 노동자들을 피고용인으로 대우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관련 이슈는 벌써 수년째 정부와 기업의 첨예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한인사회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로이터통신은 연방 노동부가 경제적으로 기업에 의존적인 노동자의 경우 계약 자영업자가 아닌 피고용인으로 간주해 더 많은 법적 보호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랜서나 임시직 중심의 ‘긱 이코노미’ 비중이 커진 가운데 현재 긱 노동자수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종업원, 우버 등 차량호출 기업 기사, 택배기사 등의 긱 노동자는 대체로 피고용인보다 근로시간 측면에서 유연성이 있고 자신의 성과에 따라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으로부터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규정에 따르면 경쟁기업에서 일할 능력이 있거나 사업체를 소유한 인력은 독립 계약업자로 간주할 수 있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이나 초과근무 수당 지급 등은 피고용인에게만 적용된다.
이들을 피고용인으로 채용할 경우 독립 계약업자로 간주할 때보다 기업의 관련 비용이 최대 30%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규정은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내년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 문제는 지난 2020년 가주에서 첨예한 대립을 펼치며 입법 공방으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가주 의회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긱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들을 근로자로 분류해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보장하는 법안 AB5를 통과시켜,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까지 마쳤다.
이후 우버와 리프트 등 업계에서는 "(AB5가 폐지되지 않으면) 가주를 떠날 수밖에 없다"며 법정 소송을 불사했지만 항소심까지 모두 패하고 말았다. 두 회사는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주민발의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AB5를 정면으로 배척하는 '주민발의 법안 22호'(Prop22)를 통해 ‘앱을 이용한 운전자들은 독립사업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우버와 리프트는 2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홍보전을 통해 그 해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투표에서 주민발의안을 58%의 찬성으로 가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운전기사들에게 소정의 건강보험과 최저시급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추가됐으나, 당초의 AB5에 비하면 기업의 부담이 훨씬 가벼운 법안이었다.
한편 이번에 노동부가 준비하는 개정안은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통제 정도나 담당 업무가 고용주 사업의 일체화된 부분인지 여부 등이 고려된다는 설명이다.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은 "기업들이 취약한 노동자들을 잘못 분류함으로써 노동자들이 연방 노동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규정이 시행될 경우 독립 계약업자 중심의 사업모델을 유지 중인 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차량호출 업체 우버·리프트의 주가는 이날 각각 10.43%, 12.02% 떨어졌다.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 주가도 5.99% 하락 마감했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인력을 피고용인으로 재분류하면 사업모델이 근본적으로 뒤집힐 것"이라고 평가했고, AJ벨의 금융애널리스트인 대니 휴슨은 "기업들이 추가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