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또… 출처 불명 녹음에 회의적 시각도
한인 스태프 추정 인물도 등장
위원장과 경쟁 후보 비판 내용
“의도·목적 있는 파일 유포 곤란”
선거 앞두고 정치권은 전전긍긍
LA시의회를 패닉에 빠트린 인종차별 발언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거구 개편 문제와 관련된 또다른 녹음 파일이 추가로 공개됐다. 이번 녹취록에는 사임한 LA카운티 노동연맹의 론 에레라 전 의장과 한인 스태프인 해나 조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대화가 담겨 있다.
비영리 매체 Knock LA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에레라 전 의장이 미치 오패럴 시의원(현 의장 대행)의 경쟁 후보인 휴고 소토 마르티네스에 대해 F워드와 속어를 섞어가며 비난을 쏟아내는 내용이 들어있다. 해나 조씨는 미치 오패럴 의원실과 홀리 미첼 가주 상원의원, 허브 웨슨 전 LA시의장 등의 스태프로 일한 바 있다. 올해 초부터 노동연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녹음 내용을 묻는 Knock LA의 질문에 코멘트하지 않았다.
그러나 또다른 녹취록이 공개되며 일각에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마저 퍼지고 있다. 한인 A씨는 “물론 1차적인 문제는 정치인들의 양식과 문제 의식에 있다. 아무리 사적인 자리라도 너무나 노골적인 차별 발언을 일삼는 건 분명 적절치 못한 일이고, 여기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은 불가피 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이런 식으로 출처와 의도가 확인되지 않은 녹음들이 불쑥불쑥 나타나게 되면 사회적인 혼란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인사는 “시중에 돌고 있는 내용은 언제, 누가, 무슨 목적으로 녹음한 것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특정한 목적이나 이익에 따라 전후 맥락 없이 편집된 내용이 대중들에게 여과없이 유통된다면 그 파장은 이미 경험한 것처럼 작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이런 것들이 선거를 임박해서 마구 돌아다니면 여론과 유권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음이 이뤄진 장소는 LA카운티 노조연맹 건물 내의 회의실이며, 이곳에서 연맹 집행부에 불만을 가진 인사 또는 조직이 저지른 일로 짐작된다. 그러나 추가 파일 공개로 시기는 생각보다 광범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캔들로 비화한 누리 마르티네스 전 의장이 참석했던 회의는 지난해 10월이었는데, 이번에 공개된 녹취는 적어도 (해나 조가 자리를 옮긴) 올 4월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녹취 사이에 6개월 이상의 시차가 있어,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또다른 녹음 파일이 있는 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연맹은 불법적으로 작성된 녹음 파일의 제작자와 이를 공개한 최초 유포자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과 공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추적이 거의 불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려진 게시물이어서,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질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1차 유포된 파일에 등장한 인물 4명 가운데 누리 마르티네스 LA시의원과 론 에레라 노조연맹 의장은 자신 사퇴했으며, 케빈 데 레온 의원과 힐 세디요 의원은 온갖 압력 속에도 잠행 중이다. 사임을 거부하고 있는 둘에 대해 미치 오패럴 LA의회 의장 대행은 17일 위원회 활동에 대해 정직을 명령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