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30-1> 꿈이 나를 만들고 나는 세상을 만든다
여명 808 남종현(왼쪽) 회장과 오맥스 김기영 회장. /엄영수 제공
#. 발명가냐? 망상가냐? 살아 남은 김기영과 남종현!
제12회 남종현 발명문화대상 시상식이 지난 10월 7일 강원도 철원 남종현문화센터에서 열렸다. 전체 37개 기업 37명에게 총상금 2억6900만원을 수여했다. 발명가는 위험하다. 목숨을 바칠 수도 있다.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다. 성공하면 발명가요 천재지만 실패하면 망상가요 무능력자일 뿐이다.
숙취해소제 '여명 808'로 전 세계를 제패한 남종현 회장의 회고. “그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갖다주고 싶은 친구가 있는가? 외로울 때 전화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성공이다. 살아가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남 회장이 언급한 친구 예찬론의 주인공은 오맥스의 김기영 회장이다. 김 회장은 국민 과학교육을 위해 값 싸고 품질좋은 한국산 교육기자재 특히, 광학기계를 만드는데 일생을 기여했다. 두 분은 35년 지기 절친이며 발명가 동지로서 한평생 외길을 걸어 왔다.
#. 기왕이면 이룰 수 없는 꿈을 꿔라!
아주 어렸을 때 자동차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차만 보면 밀어보고 당겨보고 매달리고…. 출발하는 지프차 뒤에 올라타 바퀴에 매달렸다. 기분이 좋았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나는 차를 탔다. 너는 못탔지?" 신이 났다! 갑자기 차가 멈췄다. 이놈들 위험해! 사고 날 뻔 했잖아? 운전사의 벼락 따귀와 발길질에 호되게 얻어 맞았다. 맞으면서 결심했다. 반드시 출세해서 가장 먼저 자가용을 타고 고향에 오리라!
드디어 꿈을 이뤘다. 이루는 순간 내인생은 실패했다. 헬기를 타고 오겠다는 꿈을 꿀 걸. 차라리 은하철도 999를 탈 걸. 후회가 된다. 꿈이 반드시 이뤄진다고 보면 무한이 큰 꿈을 꿔야하고 안 될거라면 기왕에 안되는 거 크게라도 꿔야 하지 않겠나? 꿈 꾸는데 돈이 드나? 이룰 수 없게 무한대로 크게 그려보자.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대해로 우주로 더 큰 곳으로 나가자!
#. 웃음 반 눈물 반 내의(內衣) 졸업식!
초등학교 졸업식 때 김기영 회장은 후배의 송사를 듣고 답사를 낭독했다. 답사를 할 정도면 모범생이다.
사랑하는 아우들아 잘 있거라! 정든 교정을 떠날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원고를 읽는 도중에 교복이 작으니 팔소매 끝으로 내의가 갑자기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때는 집집마다 형님들 옷을 물려받아 입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교복은 작고 내의는 큰 경우 이런 일이 많았다. 교감 선생님께서 이 광경을 보고 창피스러움을 감싸주려고 뛰어나와 소매 끝으로 나온 내의를 교복 속으로 밀어 넣는데 잘들어가지 않았다. 김기영 학생은 답사를 눈물겹게 읽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교감 선생님은 옷을 구겨 넣으면 넣을수록 더 길게 삐져 나오니 난감하지 않은가? 그대로 둘 걸 오히려 잘못 건드려서 내의가 길게 쳐져 내려오니 정말 모양새가 우수꽝스러워졌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안타깝다. 한편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답사가 끝났다. 김기영 학생은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교감 선생님은 다 끝났는대도 계속 옷소매를 부여잡고 속내의 팔소매를 안에 집어 넣으려고 끝까지 안간힘을 다 썼다. 바로 이것이 제자사랑 아니겠나? 누구도 창피하다거나 못 볼 일을 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보면 울다가 안보면 웃다가를 반복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참석자 모두가 동네 사람이고 이웃이다. 다같은 가족이었다. 추운 겨울날 추위를 녹이는 훈훈한 사랑의 졸업식장이었다.
#. 나무왕 김기영
김기영은 어려서부터 사업성이 뛰어났다. 동네 길가에 미루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고 시냇가 벌판에도 여기저기 흔하게 서 있었다. 미루나누는 심기만 하면 뿌리를 내리고 잘 큰다. 병충해도 없고 관리를 안하고 내팽게쳐도 죽는 법이 없다. 문중 땅이 넓었다. 어느날 하인을 데리고 미루나무를 야산과 논두렁 밭두렁, 강가 둑 주변에 빼곡히 심었다.
미루나무 단지를 만들어 놓으면 땔감으로도 좋고 경치도 좋고 당시 성냥개비 성냥갑 젓가락 도시락 등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기 때문에 수입도 좋을 것이라 생각해서 심을 수 있는 공간은 빼놓치 않고 다 심었다. 할아버님께서 보시고는 매우 흡족해 하셨다. 집안에 명을 내렸다.
"기영이는 서울로 공부를 시켜야 한다. 시골에 있을 아이가 아니다."
군에 갔다 왔더니 안 본 사이에 미루나무는 거목이 돼 있었고 노는 땅에서 황금을 캐내게 되었다. 시골서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 집집마다 누에를 치는데 많이 치고 싶지만 누에에게 먹일 뽕잎이 항상 문제였다. 그렇다고 뽕나무 밭을 넓게 만들면 양곡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김기영은 뽕나무의 토종과 신종을 교배해서 서로의 장점을 취하면 큰 잎이 많이 달린다는 가설을 실험하고 최소한의 농토에서 최대한의 뽕잎을 생산해 냈다. 잠업으로도 농촌에 큰 소득을 올리게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