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섬기는 교회, 섬기는 사람들
월드쉐어USA 대표
최근에 동부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기간에 뉴저지에서 주일 집회 설교를 부탁받았다. 갑자기 가게 되었는데 교회가 정성스럽게 섬겨 주었다. 교회가 숙소도 마련해주었다. 숙소를 안내하던 담임 목사님이 호텔방을 보고 아쉬워하시더니 자꾸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했다.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자꾸 미안해하고 양해를 구하길래 정색을 하며 괜찮다고 했다.
다음 날 다시 만난 목사님이 상황을 설명했다. 교회 권사님이 예약을 담당했고, 권사님의 아드님과 예약을 하는데 빈방이 없더란다. 방이 있는 그 호텔의 사진을 보니 깨끗하고 시설도 좋아 보여서 예약을 했다는 것이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호텔은 가장 좋은 사진을 올리는 법입니다. 호텔이 한 행동이 소위 '체리픽킹'(Cherry Picking)입니다”라고 잘난 체하며 설명했다. 그리고 거듭해서 방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체리픽킹은 체리를 딸 때 좋은 것만 따서 자랑하는 데서 온 말이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시관의 전시물들, 그리고 식당 광고판에 나오는 음식 사진은 대부분 가장 좋은 사진이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최선의 상태를 보이는 것이다. 나심 탈레브는 자신의 책 <사라지지 않는 것>에서 철학, 의학과 경제 등의 연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런 모습이 체리피킹이다.
토요일 저녁에 연락이 왔다. “아침 예배에 오시면서 호텔에서 퇴실하십시오. 좋은 방을 예약했습니다.” 주일 예배 후 그 방으로 갔다. 방이 아주 좋았다. 지역의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여유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비싼 값을 지급했는지 알 수 없지만, 시설, 전망 그리고 위치가 훨씬 더 좋았다.
고마웠다. 하지만 권사님과 권사님의 아드님에게 미안했다. 갑자기 호텔예약을 하느라 수고했는데 또다시 수고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수고에 집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수고와 수고하여 이룬 일에 집착한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노력 정당화 효과(Effort Justification Effect)”라 부른다. 교회에서 수고를 몰라주면 시험에 든다. 이 노력 정당화 효과를 활용한 것이 조립가구 판매전략이다. 스스로 조립한 가구에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란다. 권사님과 아드님이 노력 정당화 시험(?)에 들지 않는 성숙을 봐서 참 좋다.
주일 예배를 위해 아침 일찍 나오면서 짐을 다 챙겨 나오느라 약간 분주했다. 나그네로 잠시 머무는 데 방의 수준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목사님과 권사님 그리고 젊은 아들의 수고와 그 마음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섬김이 큰 감동으로 남는다.
여행 중에 틈틈이 서머싯 몸(Somerset Maugham)의 단편집을 읽었다. 비행기 안에서 “점심”이라는 작품을 흥미롭게 읽었다. 가난한 작가가 팬인 독자에게 점심을 대접하는 이야기다. 옹색한 작가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독자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작품은 배려 없이 게걸스럽게 먹던 독자가 20년 만에 133kg의 뚱뚱한 여자가 된 것을 조롱하며 끝난다.
바른 섬김은 상대 중심이다. 호텔방을 옮기며 섬김을 생각했다. 교회가 섬김이 있는 ‘섬기는 교회’다. 정 많은 교회로 소문난 ‘섬기는 교회’에 그날도 새 신자들이 등록했다. 젊은 세대가 주축인 섬기는 교회는 코로나 시대에도 성장한다. 이유 있는 성장이다. 코로나 시대에 지친 사람들은 섬김에 목마르다. 왜냐하면, 섬김의 마음에 행복이 깃들기 때문이다. 섬기는 사람들의 ‘섬기는 교회’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