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노년내과는 몇 살부터 가는 곳인가? 일반내과에서도 시니어를 돌보는데 어떻게 다른가? 많은 의사들도 노년내과가 어떻게 다른지 잘 알지 못 한다. 

필자는 UCLA 일반내과 레지던트 2년차, 노년내과 필수과목을 학습하면서 노년내과를 처음 접했다. 하지만 그 바쁜 와중에 가족에게 전화해서 환자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복용하는 약들을 모두 정리하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되었다. 넘쳐나는 환자들을 관리하기·도 버거운데 단지 한 환자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지던트 수련의 끝 무렵, 반복되는 입원환자를 보며 예방할 수 있었던 불필요한 입원을 반복적으로 보게 되며 노년내과가 기억이 났다. 불필요한 입원을 예방하려면 환자에 대해서 정말 잘 알아야 했다. 노년내과 로테이션 시절만큼 환자에 대해 자세히 진료했을 때, 진정 환자가 좋아지는 것을 보고 진학을 결심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의 외래 첫 방문시 학력, 가족 구성원, 결혼 여부 등 수많은 부가적인 정보를 물어본다. 이를 통해 환자의 배경이 더욱 잘 이해되고 진료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노년내과는 홀퍼슨케어(Whole Person Care), 즉 질병을 치료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사람을 보는 진료방식을 기반으로 둔다. 이는 신체적, 감정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면으로 크게 나누어 돌본다. 신체적으로는 운동을 직접 가르쳐 드리며, 수술을 최대한 최소화 하고, 약을 최대한 적게 드시도록 정리해 드리고, 우울증·불안증과 같은 노년기 성인에 흔한 질환들을 운동과 수면개선을 통해 일구고, 필요시 가족이나 간병인과 협진하여 최선의 치료를 이끌고, 환자의 소신과 소망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이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일반내과에서도 할 수 있지만, 신경정신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노년내과에서 감정적인 것과 사회적인 면을 더욱 심도있게 진료할 수 있게 된다.

노년내과에서는 환자를 가이드해 준다. 흔히 병원에 가면 최근에 검사한 내용들이 정상으로 나왔는지 등 검사결과 듣기에 바쁘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운동해야 하고, 어떻게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수면을 취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회에 어울려 지내야 하는지 웰니스(Wellness)를 가이드 해주는 것도 노년내과에서 특화되어 있다. 왜냐하면 노년기 성인은 그 많은 질병 중 어떤 질병관리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이드를 잘 해 줌으로써, 정작 ‘나'를 가이드 해줄 수 있게 된다.

노년내과에서는 가족 또는 간병인과 함께 진료한다. 최근에 치매가 의심되는 두 환자의 자녀분들에게 전화드려 협조를 요청했다. 바쁜 성인 자녀를 괴롭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반겨주어 감사했다. 가끔 환자가 힘들고 지칠 때에는 환자 역할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 뜻은 내가 내 몸을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벗어 버리고,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맡겨야 할 때가 있다. 그런 관리자 역할을 가족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전담할 수 있고, 이를 노년내과 전문의가 적절하게 안내해 줄 수도 있다. 문의 (213) 909-9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