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한 번 맞는데 100달러?
화이자 “내년 초 3~4배 올린다”
정부서도 대량 일괄 구매 않기로
제약사측 “보험 등에 적용 희망”
“접근성 떨어지는 것 자명” 우려
무료접종이 당연시되는 코로나19 백신 주사가 내년 초부터는 1회당 1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지도 모르게 됐다.
다국적제약사 화이자가 조만간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크게 인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는 정부가 대량으로 일괄 구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라 민간 의약품 시장에서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24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 가격을 현재 미국 정부에 납품하는 가격에서 약 4배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정부 수매가는 25~30달러 수준이었지만 재정난으로 정부가 내년 초부터는 백신 대량구매를 중단하고 민간 시장을 통해 유통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여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상안을 내놓은 것이다.
안젤라 루킨 화이자 대표는 지난 20일 투자자들과 통화 중 정부 계약이 만료되고 민간 시장을 통해 백신 공급이 전환되면 성인 1회분당 110~130달러 사이에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킨 대표는 해당 가격에 대해 "이 (가격) 범위가 백신에 대한 적절한 접근과 보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보험사와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의 또다른 이유는 최근 줄어드는 수요 탓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미국 내 오미크론용 2가 백신 접종자는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을 합쳐서 1940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5~11세 사이 유아 중 기본 접종을 마친 사람이 3분의 1 미만이며 2~4세 연령대에서는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 또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민간 시장으로 전환되면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달 모더나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1회분당 64달러에서 100달러가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인상 소식이 알려진 뒤 지난 21일 오전 화이자 주가는 4% 이상, 모더나 주가는 6% 가까이 상승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화이자측은 메이케어나 메디케이드(메디캘) 같은 공공 프로그램을 통해 보장받을 경우 별도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Affordable Care Act·ACA)에도 보험사가 본인 부담 비중 없이 권장 백신을 맞도록 보장하고 있다. 화이자는 또 보험이 없는 주민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소득 기반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대안은 모두 제약사측이 내놓은 희망에 의존하는 것이며, 최소한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지금처럼 수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다. 이미 코로나19 변이가 다양해지고, 독감처럼 계절이 되면 매년 예방 접종이 권장되는 풍토병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따라서 시장 논리에 의한 가격 인상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