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자녀와 삶의 마지막 대화하기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필자의 유투브 이름은 '99세까지 88하게'로 '9988234'라는 유머에서 따왔다. 9988234는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 아프다 죽는(4)것을 뜻한다. 모두들 2~3일 아프다 죽는 것을 원하지 2~3년 고생하다가 소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2~3일 아프다 사망할 때, 가망이 없는 나를 심폐소생술을 하며 살리려고 하거나, 원하지도 않았던 인공호흡기로 연명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사전의료계획을 미리 준비할 수록 삶의 질에 만족도가 올라가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마지막 날을 보낼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연명치료를 받지 않게 되며, 불필요한 입원을 막을 수 있다고 많은 연구결과가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런 입증된 결과를 떠나 ‘내 마지막 순간과 장례식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석할 것이고, 내 삶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삶의 목적이 뚜렷해질 뿐만 아니라 가치있는 일에 더욱 힘쓰는 삶이 된다. 노년내과 전문의로서 많은 어르신들과 삶의 마지막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배운 것이 참 많다. 그렇듯, 미리미리 삶의 마지막을 계획하고 설계하며 많은 지혜를 얻을 것이다.
대부분의 자녀는 위 내용을 미리 숙지해서 독자에게 물어보지 않는다. 성인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런 대화를 꺼내야 한다. 하나의 반드시 필요한 인생교육이라 생각한다. 내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겪었 듯이, 마지막 순간을 미리 가족들과 상의하고 준비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대화를 나눌 때에 사전의료지지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본인의 의사를 밝히고,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호흡기를 연명치료와 같다고 오해하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사용 여부가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또는 내 의사가 완강히 결정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혼돈적인 메시지를 자녀에게 전달하면 결국 내가 원치않는 치료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상황이 닥치면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내 부모님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거나,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활력이 넘치고 도전적이었던 분이니 분명히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야’라며 원치않는 연명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 감정이 북받치더라도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주면 좋다. 문의 (213) 381-3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