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LA 시의원의 인종· 지역차별
김해원
변호사
넷플릭스의 인기드라마 ‘나르코스’의 스핀오프인 ‘나르코스: 멕시코’를 통해 스페인어도 배우고 멕시코 지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특히 4대 마약 카르텔이 위치한 과달라하라, 시날로아, 후아레스, 티화나 지역이 이 드라마의 중심이라 그 지역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이중에서 진골인 티화나 카르텔과 흙수저인 시날로아 카르텔은 지역갈등이 심해 특히 사이가 안 좋다. 이렇게 4대 카르텔이 있는 지방 외에 오아하카(Oaxaca)라는 도시가 있다. 한국의 전주같은 도시로 40% 이상이 토착주민인 인디오가 살고 있고 멕시코의 전통음식들로 유명하다. 멕시코계인 로스쿨 동창의 외삼촌과 친한데 이 분이 오하카식 음식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오아하카가 최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물론 좋지 않은 맥락에서. 최근 누리 마티네스 전임 LA 시의장이 케빈 드레온, 길 세디요 시의원, 론 에레라 전 LA카운티 노조연맹 회장 등과 지난해 가진 선거구 재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오아하카 출신 주민들을 ‘키 작고 얼굴이 까만 사람’이라고 비하했기 때문이다. 남미에서 흑인계 원주민들과 백인계 혼혈 사이에 인종갈등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멕시코계 시의원 들이 공식석상에서 원주민들을 깔 본 사실에 놀랐다.
그러고보니 노조연맹 회장이 왜 노조활동은 하지 않고 선거구 재조정위원회에 참석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한국이나 미국의 노조가 노조원들의 권리보다는 정치에 관여하기 때문에 최근 한인사회에 늘고 있는 노조결성이 걱정된다. 이 회의에서 마르티네스 전 시의장은 동료 시의원인 마이크 보닌의 흑인 입양 아들을 ‘작은 원숭이’로 비꼬았다. 더구나 마르티네스 전 시의장과 데 레온, 세디요 등 시의원들은 유대인, 아르메니아인에 대해서도 인종차별 발언을 해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이번 녹취록 스캔들에는 미치 오패럴 LA 시의회 임시의장 보좌관을 지냈던 한인 해나 조씨의 음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2차 녹취록도 공개되는 등 한인들도 거론됐다. 세디요 시의원의 한인 수석 보좌관인 데비 김씨는 최근 사임하기도 했다. 세디요 시의원은 LA한인타운 인근인 피코 유니언과 차이나 타운 등을 포함하는 1지구를 관할하고 있지만, 지난 6월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세디요 시의원은 데 레온 시의원과 함께 사퇴를 하지 않고 있어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사퇴 거부의사를 밝힌 데레온 시의원은 올해 초 LA 시장선거에 출마하면서 한인사회를 여러 번 방문해 유세 활동을 펼쳤다. 이렇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인사가 시장선거에 나섰고 더구나 한인사회를 자주 방문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최근 시의원 사무실에 보좌관으로 영입된 한인들이 많은 데 이들은 이번 스캔들에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지 의문이다. 최근 아시아 증오범죄의 타겟으로 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데 아무리 자기들을 영입한 시의원들이지만 비판의 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시장선거나 시의원선거에서 이 시의원들을 지지한 한인들도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의원들은 노숙자 문제같이 시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선거구 재조정같은 떡고물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최근 연방선관위 자료에 의하면 미국 내 한인의 정치인 후원금은 1인당 평균 222달러로 미국인 평균 후원금인 100달러보다 2.2배나 많다고 밝혀졌는데 혹시라도 이가운데 문제가 된 시의원들 후원금으로 들어간 눈먼 돈이 있는 지 걱정된다. 문의 (213) 387-13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