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여행’ 몰리자 ‘항공 대란’… 조종사가 없어요
연휴 동안 항공편 5000편 결항
남가주 일대 줄줄이 연착, 취소
업계 “인력 보충 단기간 어려워”
독립기념일 연휴도 “걱정 되네”
교통부 장관도 결항… 차량 이동
노예해방일인 준틴스(JuneTeenth)와 아버지 날이 겹친 지난 주말 연휴 동안 LA국제공항을 출발하는 140개 항공편이 지연되고, 15개 노선의 이륙이 취소됐다. 전국적으로도 수천 편이 결항된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com)에 따르면 이번 연휴 동안 남가주 지역도 항공 대란에 시달렸다. LA국제공항 뿐아니라 존웨인 공항에서도 21편의 출발이 늦어졌고, 할리우드와 버뱅크 공항에서도 2편의 결항과 7편의 지연이 발생했다. 롱비치 공항은 5편이 연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이번 연휴 기간 미국에서 5000대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여행을 떠나는 항공 수요가 급증했으나, 항공사 인력 부족과 악천후 등이 겹치면서 곳곳에서 여행객들의 발이 묶였다. 공항 관제 인력의 부족도 항공대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로 인해 목요일인 16일에는 미국에서 전체 항공편의 6%가 취소됐고, 금요일인 17일에는 미국 내 항공편의 거의 3분의 1이 지연됐다고 WSJ은 전했다.
교통안전청(TSA)도 준틴스를 앞둔 17일 200만 명이 넘는 승객이 공항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여행 성수기인 메모리얼 데이(5월30일) 때보다 10만 명 더 늘어난 규모라고 TSA는 설명했다.
항공사 가운데 델타항공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등 다른 회사들도 평소보다 훨씬 높은 취소 또는 지연을 기록했다. 델타항공은 성명을 내고 "다양한 요소가 우리의 운항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항공관제와 날씨, 그리고 일부 근무자들의 예정에 없던 결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뉴욕 일대의 3대 공항(라과디아, JFK, 뉴어크 리버티)과 애틀랜타, 보스턴 공항에서 가장 많은 지연 및 결항이 발생했다고 플라이트어웨어는 전했다. 자택 대피령 동안 여행과 레저 활동을 자제하던 소비자들의 '보복 수요'가 이번 여름 휴가 기간 폭발할 것이란 관측도 결항 사태 재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항공업계는 항공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상태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니어 조종사나 승무원에게 조기 퇴직을 독려하는 등 대규모 레이오프를 단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아예 다른 직종으로 전환한 직원들도 적지 않아 단기간에 인력 공백을 메우는 게 불가능하다는 예상이다.
유나이티드 항공 스콧 커비 CEO는 “조종사 인력 부족 문제는 현실이다. 거의 모든 항공사들이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항공편을 제공할 수 있을 지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최소한 5년 동안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피트 부티지지 연방 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항공업계와 화상 간담회를 하고 7월 초 독립기념일 연휴부터 시작되는 성수기에 잘 대비해줄 것을 당부했으나, 다음날 자신이 예약한 항공편이 취소됨에 따라 자동차로 이동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티지지 장관은 업계 간담회에서 정상화를 위한 강제 조치로 벌금 등의 가능성도 언급했으나, 통상적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