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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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자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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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며칠 전이다. 옅은 나른함이 찾아오는 오후였다. 편지 한 통이 데스크에 놓였다. 정갈한 파란색 볼펜 글씨다. 조심스레 열어본다. ‘구독료 담당자 귀중.’ 그렇게 정중하게 시작된다.


간단한 본인 소개가 있다. 올해 81세. 파트타임으로 운전 일을 하신다. 이어지는 내용이다.


“일을 끝내고 귀가 도중 신문을 무료로 1~2부 정도를 구독했지요. 늦은 귀가로 인기 신문은 가판대에 항상 없지만, 운 좋은 날은 마지막 한 부를 가져와 충직과 정성의 기사를 읽고 있지요.”


계속되는 발신인의 마음이다.


“무료도 좋으나 빚이 짐이 됩니다. 곧 떠날 노옹이 빚이 있으면 무겁지요. 옛 충신의 시 구절엔 ‘북망산 가는 길엔 여인숙도 없다는데…’ 쉴 곳도 없는 길, 가볍게 가야지요. 앞으로도 계속 운 좋은 날을 기대하며 구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표 한 장이 동봉됐다. 200달러가 적혔다. “빚이 있으면 무겁지요.” 편지 속 한마디가 생각난다. 말미에는 신신당부가 담겼다. “답신은 절대 사양합니다.”


흔한 전화번호조차 남기지 않았다. 뜻을 저버릴 수는 없다. 대신 본지도 나름의 마음을 전해야겠다. 발신지 주소로 매일 아침 신문을 보내드릴 작정이다. ‘운 좋은 날’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백종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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