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9명 성향 따라 미국 '좌우로 요동'
연방대법관 9인 AP
최고 권위체…대통령지명→상원청문회로 종신 대법관 임명
트럼프 때 3명 보수 대법관으로 교체, 보수 6명 우위 구축
연방대법원은 헌법을 해석해 하위법의 위헌 여부를 판결한다는 표면적 역할을 넘어 당대 미국 사회가 향해야 하는 가치의 틀을 제시하는 최고 권위의 법원이다. 이번에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곤 했다.
연방대법은 최고의 사법기관으로, 사법부를 총괄한다. 헌법 3조는 "미 합중국의 사법권은 1개의 연방대법원에, 그리고 연방의회가 수시로 제정·설치하는 하급법원들에 속한다"고 규정해 설립 근거를 마련했다. 연방대법은 헌법재판소 기능까지 수행한다.
막강한 힘을 가진 연방대법원은 '최고의 현인'으로 불리는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다. 헌법에는 대법관 수가 명시되지 않았고, 의회에 대법관 수를 정하는 권한을 부여(헌법 3조)하도록 규정한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고 상원에서 청문회와 임명 동의(인준) 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종신임기제로 신분을 보장해 사망, 사직, 은퇴, 탄핵에 의해서만 물러나게 된다. 이 때문에 언제 대법관 자리가 비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현재 9명의 대법관을 임명한 대통령은 ▲조지 H.W 부시 1명(클래런스 토머스) ▲빌 클린턴 1명(스티븐 브라이어) ▲조지 W.부시 2명(존 로버츠, 새뮤얼 얼리토) ▲버락 오바마 2명(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도널드 트럼프 3명(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대표적인 진보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사망하자 에이미 코니 배럿을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등 3명의 신임 대법관을 모두 보수 성향으로 채워 연방 대법원을 보수 절대 우위(6대3)로 바꿔놨다.
실제로 이번에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표결 투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대법관은 모두 폐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판결 폐기의 1등 공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그가 재임시 지명한 대법관 3명의 전임자는 진보 1명(긴즈버그), 중도 1명(앤서니 케네디), 강경 보수 1명(안토닌 스컬리아)였다. 대법관의 보수, 진보의 비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4대5(또는 5대4) 정도에서 6대3으로 바뀐 것이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의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브라이언 대법관 후임에 진보 성향 대법관이 채워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이 퍼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진보 성향 대법관 비율이 6대3에서 7대2로 더 보수화하는 것을 우려해 조기에 사퇴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이 사퇴를 공식화하자 후임에 흑인 여성인 커탄지 잭슨을 대법관으로 지명, 상원에서 임명동의까지 받아놓음으로써 첫 흑인여성 대법관 탄생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잭슨이 대법관이 돼도 연방대법원의 보수, 진보 비율은 6대3으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