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이태원 눈물을 낭비하지 말자!
월드쉐어USA 대표
뉴스에 눈과 귀를 의심했다. 사태 파악을 하며 눈물을 쏟았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꽃다운 젊음들이 처참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대부분이 나의 아들 딸 나이다. 이 기가 막히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뉴스속보를 보고 들은 후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귀하고 귀한 아들 딸들의 죽음이어서 너무 아프다. 그 젊은이들이 너무 아깝다. 그들을 잃은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들의 아픔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아들과 딸을 잃은 가정의 손실과 슬픔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들을 잃은 나라와 사회의 손실과 아픔도 너무 너무 크다. 그들이 남긴 사연들이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못다 핀 채 떨어져 버린 이 젊음들에 대한 지독한 슬픔은 오래 갈 것 같다. 대한민국과 한민족 디아스포라는 한동안 이 상처로 아파할 것 같다.
슬프고 아픈 또 하나의 이유는 자책감이다. 개인적으로 핼러윈을 1998년 가을에 처음 접했다. 유학 중 샌프란시스코에서 섬긴 교회 청년들과 핼러윈 문화를 토의하면서 걱정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한남빌리지채플 담임목사로 섬기면서 동일한 고민을 미군 형제들과 진지하게 나눴다. 대부분의 미군 형제들도 핼러윈 문화에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2007년 가을에 미8군 캠프(Camp) 용산에서 핼러윈을 대체할 축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요소가 별로 없는 핼러윈 문화가 한국에서 과도하게 붐이 되고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핼러윈 문화에 대한 소견을 나누려 했다. 그런데, 용기를 내지 못했고 기회도 갖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한 번도 나누지 못해서 너무 아쉽고 미안하다. 개인적 의사표명이 대세를 바꿀 수야 없었겠지만 침묵했기에 몹시 아프다. 모쪼록 지혜로운 우리 젊은이들이 핼러윈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태원 사태에 이토록 아프고 슬픈 또 다른 이유는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의 허망한 언행 때문이다. 왜 책임있는 사람들이 진솔한 사과가 없을까? 구차한 변명 없이 사과하면 좋겠다. 또 진영논리로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비난이나 비판도 자제하면 좋겠다. 유족들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국민적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꼼수는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귀하고 아까운 젊음의 희생을 이용하고 잇속을 챙기려는 유튜버나 시답잖은 방송진행자도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자극적이고 무분별한 언어로 유가족, 목격자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다. 제발 정신차리면 좋겠다. 아름다워야 할 가을이 이토록 아프고 슬프게 물들어 가고 있다.
현존하는 미국 목사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분 중의 한 분이 존 파이퍼 목사다. 존 파이퍼 목사(John Piper)가 암 진단을 받고 수술 전날 밤에 “암을 낭비하지 말라(Don't waste cancer!)"라는 글을 썼다. 그가 밝히는 암을 낭비하는 11가지 이유는 의미심장하다. 아프고 힘든 암으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
고통스러운 이태원의 눈물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피보다 더 아픈 눈물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정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태원 눈물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누구를 정죄하거나 비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하고 변명하거나 핑계대지 말아야 한다. 비난과 변명에 시간과 힘을 다 쏟아서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서로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자! 유족들과 현장 목격자들의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아울러 이태원의 눈물의 교훈을 놓치지 않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