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나도 시니어가 될 것이다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누구든지 조기에 사망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니어가 된다. 따라서 노년기를 준비하는 것은 “나”까지 포함한 남녀노소 모두의 숙제다. 젊은 시절에는 노인의 문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자신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화의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외래에서 실제로 접하는 질병이 없고 편안한 시니어들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또는 “다 좋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65세를 막 시작한 시니어뿐만 아니라, 80대, 90대 환자들도 모두 이렇게 좋다고 말씀하신다. 실제로 필자의 건강하신 92세 어머님께서 총명하셔서 어려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본인께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시며, 옆에 계신 따님과 함께 행복하게 방을 나오시는 모습을 보며 그 날 실습나온 학생도 놀랐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과 서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60세 전후의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20세의 행복 수준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회는 과연 노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할까? 미국을 비롯해, 현대사회 우리나라도 성공과 젊음에 집착한다. 세속적인 사회에서, 그들은 지혜와 신중함보다 속도와 효율의 젊은 자질을 선호하는 산업적 렌즈를 통해서 비춰지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흔하다.
흔히 노인은 아파서 많이 누워있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지 우리사회에 3%만 누워지내고, 4%만 병원과 시설에서 지낸다. 대부분의 노년기 어른은 독립적이고 활동적이다. 신체적 능력이 감소하는 것은 정상적인 노화과정이 아니며, 운동과 활동이 오래 전부터 줄어 들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또한, 나이들면 다 치매가 온다라는 편견이 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같이 질병이 오랜 시간 뇌에 쌓여서 뇌세포들이 손상을 입어 나타나는 증상이다. 그리고 노인의 정신병 유병률은 10% 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질병들을 조기진단하고 뇌건강, 마음건강을 지켜주면 대부분의 치매와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평가하자면, 노인은 대부분 가난하고 외롭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편견이 있다. 저학년 교과서에나 등장할 만한 대가족 그림은 현대사회에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이웃과 더불어 지내는 시니어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시니어보다 외롭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안타깝게도, 시니어 스스로도 편견을 갖고 있다. 어디가 아프면 “나이 들어서 그런거야"라는 생각, 도움이 필요할 때에도 거부하며 "빨리 죽어야지"라는 생각들은 외래에서 흔히 접한다. 오래 전 환자의 부모 또는 조부모의 말을 들은 그대로 사용하며 자신에게 적용하는 사례들이 많다. 시니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극복시켜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노년기 어른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어서 질환의 치료나 예방적인 조치에 참여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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