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교육위, 수학진도 빠른 학생 발목 잡는다
가주교육위가 학생들을 똑같은 레벨에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립교 수학교육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인이 다수 재학중인 밸리 그라나다힐스 차터 고교. /ABC7 News
새로운 K~12 수학 가이드라인 확정
"9학년 때 알지브라1 배워라" 권고
우등생 학부모, 일부 교사 강력 반발
수학 진도가 빠른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가주 공립학교(K~12) 수학교육 가이드라인이 확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가주교육위원회(CSBE)는 ‘공정성(equity)’에 포커스를 맞춘 새로운 K~12학년 수학 커리큘럼 가이드라인을 지난 12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수학 수준이 백인·아시안에 크게 뒤쳐진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가능하면 모든 학생이 일정기간 똑같은 수학 클래스를 듣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CSBE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많은 교육구와 교사들이 이를 기준으로 커리큘럼을 짜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새 가이드라인은 고등학교 수학의 첫 과정으로 인식돼 온 알지브라1을 모든 학생이 9학년 때 듣도록 권고한다.
수학트랙이 빠른 학생 중 상당수가 알지브라 1 다음 단계인 지오메트리나 2단계 위인 알지브라2를 9학년 때 듣는 점을 감안하면 진도가 빠른 학생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시나리오다. 알지브라1을 9학년 때 들으면 고등학교 졸업 전에는 AP캘큘러스(AB 또는 BC)를 택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된 학부모 및 교육계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CSBE는 ‘일부 학생(some students)’에 한해 8학년 때 알지브라1을 듣는 것을 허용했다. 대신 알지브라1을 제공하는 중학교들이 학생이 해당 과목을 들을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을 권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알지브라 1을 9학년 때 시작하더라도 썸머스쿨 등을 통해 필요한 수학과목을 들으면 12학년 때 캘큘러스를 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다.
일부 한인 학부모들은 주정부의 새로운 수학교육 가이드라인은 사회주의적 발상에 기반한 것이라며 우등생들의 발목을 잡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올해 7학년이 되는 아들을 둔 김모(40)씨는 “여기저기서 비판이 나오자 마지 못해 8학년 때 자격을 갖춘 학생이 알지브라1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같은 가이드라인 채택으로 앞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 중 상당수가 공교육 시스템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훈 기자 sgoo@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