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통보에 총격전… 101FWY 3시간 폐쇄
총격 대치극에 폐쇄령이 내려져 차량들이 오도가도 못하게 된 101프리웨이의 모습. KTLA 뉴스 화면
통지서 전달 중 대치극, SWAT 출동
용의자 극단 선택으로 비극 마무리
“팬데믹, 인플레 후유증” 한숨소리
강제 퇴거를 통보 받은 세입자가 셰리프 경관들과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하는 바람에 10일 오전 한때 101프리웨이 양방향이 전면 폐쇄됐다. 이는 인근 5번과 2번 프리웨이까지 여파를 끼쳐 출퇴근 길이 2~3시간 이상 마비되며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LA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셰리프 경관들이 강제 퇴거통지서를 전달하기 위해 2300블럭 노스 코헹가 불러바드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으나, 세입자가 통지서 수령을 거부하며 경관들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경관들의 응사로 총격전이 벌어지자, 세입자는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며 대치극이 시작됐다. 셰리프국에서는 SWAT팀과 폭발물 처리반, 위기대응팀 등이 출동했다. 4시간여의 대치 끝에 오후 2시무렵 이 남성의 아파트로 경찰 특수요원들이 진입해 숨진 용의자를 발견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의 신상이나 사용한 무기의 종류, 정확한 사고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날 사건으로 오전 9시 50분부터 프리웨이 101 양방향이 전면 폐쇄됐는데, LAPD 켈리 무니스 경관은 “용의자 아파트의 발코니에서 프리웨이가 훤히 보이는 위치여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폐쇄령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순찰대에 따르면 사건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오후 1시 30분 무렵부터 단계적으로 프리웨이 통행이 재개됐다.
밸리에서 LA한인타운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정윤(가명)씨는 “도로에 꼼짝 못하고 3시간 반을 묶여 있었다. 오전 9시 반에 출근해야 하는데, 사무실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됐더라”며 “핸드폰으로 교통상황을 열심히 체크했는데, 한동안 정보가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않는 바람에 애를 더 먹었다. 한참 뒤에야 도로가 폐쇄됐다는 내용이 떴고, 그걸 보고 그나마 우회로를 찾아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비극의 원인이 강제 퇴거통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3년 가까이 퇴거 금지조치가 시행되면서 안정적으로 주거 문제가 해결됐는데, 이를 해제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이런 비극이 생겼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일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 아닌가는 점에 대해 당국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