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이태원 사태와 'Monday morning quarterback'
월드쉐어USA 대표
주말에 풋볼시합이 끝나면 월요일 아침 사무실마다 주말 풋볼게임이 화제였다. 그럴 때 보면 모두가 풋볼박사들이다. 정말 식견이 대단하다. 풋볼을 한 번도 제대로 안 해본 사람들이 풋볼에 인생을 건 선수들을 비판하고, 평생을 풋볼로 살아온 감독과 코치를 맹비난한다. 이렇게 알지도 못하며 남의 일을 평하는 사람들을 '월요일 아침의 쿼터백'(Monday Morning Quarterback)이라고 부른다.
비슷한 개념으로 Hindsight(사후평가)라는 말이 있다. 사건과 사고 후에 그 일에 대하여 잘 아는 것처럼 이러쿵저러쿵하는 모습을 지적하는 말이다. 통상 이런 경우엔 전부를 다 아는 것처럼 관계된 모든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이것을 선견지명에 견주어 후견지명이라 부른다. 1975년 바루크 비쇼프는 “내 그럴 줄 알았다(I knew It would be happened!)”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에서 사건 발생 후에 많은 사람이 “내 그럴 줄 알았다!”라며 아는 척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모든 방송사에서 이태원 사고를 두고 토크를 하고 있다. 기자나 앵커는 물론 평론가들이 등장해서 혹독한 비판을 쏟아낸다. 모두 예측가능한 일이었고 예방가능한 사고였다고 흥분한다. 그런데 그렇게 잘 아는 그들은 왜 사고 전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까? 방송사 마이크 앞에서 정치·경제·사회를 평가하고 정부와 대통령을 비평했던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왜 그 잘난 만물박사들은 이태원 사고를 예견하지 못했을까?
신문도 마찬가지다. 대형사건이나 사고 후에 신문사 데스크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뉴스를 판다. 예컨대 “예고된 참사!” 혹은 “인재!” 혹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자극적 표현으로 비난하며 몰아붙인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회적 희생양(Scapegoat)으로 만든다. 이번 이태원 사태에서도 무책임한 사람들이 있다. 당연히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억울한 희생양의 양산은 조심해야 한다.
이런 일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밀하게 상황을 진단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Monday Morning Quarterback의 등장으로 감정싸움을 한다. 심지어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재발방지의 주역이 되어야 할 정치인들이 Monday Morning Quarterback으로 설치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전지적 관찰자적 시점의 비평이 아닌 주인의식으로 통렬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 문제를 바라볼 때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세월호 사태로 온 국민이 아파했을 때도 Monday Morning Quarterback들이 판을 쳤다. 그들이 토해 놓은 비판과 비난은 나라를 갈라놓았다. 당연히 국가의 안전시스템 정비는 하지 못 했다. 그래서 이태원 참사가 또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사태 때도 서로 싸우지 말고 차분히 국가 안전시스템을 정비했어야 했다.
이제 이태원 참사의 국가 애도기간이 끝났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공방이 뜨겁다. 국민적 아픔을 정쟁의 복판으로 끌어들이는 국정조사를 우려한다. 그 이유는 온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켜 문제해결과 국가 안전시스템 정비를 위한 에너지를 분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진영논리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Monday Morning Quarterback들이 판을 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