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파란만장 김흥국 직업이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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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26-2> 파란만장 김흥국 직업이 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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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이자 방송인 김흥국이 딸과 마라톤을 한 후 메달을 걸고 포즈를 취했다.  /엄영수 제공


#. 용산이냐 여의도냐 

정치에 손을 대든지 발을 담그면 모든 것을 다 이룰 것 같은데 아쉬움이 들었다. 

엄: 운동 많이 해? 

김: 조기축구회 매주 뛰고 있죠. 

엄: 선거운동인데? 

김: 다른 일 전폐하고 올인했죠. 

엄: 정몽준 유세차 나랑 같이 탔었는데? 

김: 아, 그랬어요. 기억이 안나요. 

엄: 수도권 돌고 난 일 때문에 부산 갔고, 자기는 명동 갔다 사고 났잖아?

김: 아, 그랬었네요. 역사의 키를 제가 쥐게 됐었는데. 결과가 참….

엄: 이번에 시중에는 나간다는 말이 있던데? 

김: 공천이 어렵죠. 이런 경우 외국에서는 전국구 활용하죠? 

엄: 공천받지 말고, 공천을 주지 그래. 대선에 나가라구.

김: 으악! 앗싸 대선! 거기까지 들이대면 나의 실수예요!

엄: 누구나 아는 허경영이 뭐야? 경영이 허하다 욕심을 버렸다는 뜻 아냐?

김: 심사숙제 좀 해 볼께요….

엄: 뭐라도 해 봐. 용산이든 여의도든 해야 돼.


#. 김흥국에게 전하는 글

일명 콧털. 아무에게나 어디에라도 들이대고 보는 뻔칠이 아빠. 상상만 해도 유쾌한 후배다. 처음 김흥국을 만난 것이, 호랑나비를 들고 나타난 1988년 이었으니 35년 됐다. 조금은 부족한 거 같은데, 속은 꽉 차있고, 속이 꽉 차 있는 거 같은데 철부지 같다. 해병대 출신이라는데 혹시 방위가 아닌가 할 정도로 순수하다. 그래서 더 호감이 가는 친구다.


자칭 축구선수라는데 손흥민급은 아니고 조기축구회 감독 쯤…. 글쎄, 그것도 좀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는 순수하고 재미있는 후배로 오래도록 옆에 있으면 좋을 사람이다. 본인은 호랑나비, 59년 왕십리가 최고가요라 하지만, 남진의 빈잔을 능가할 수 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만 철이 더 들어 본인 달란트를 십분 발휘해 대한민국을 들었다 놓을 정도의 가수가 되기를 기원한다. 흥국아, 사랑한다. 삼류 딴따라 박일남이가. 


#. 가장 비싼 소품 김흥국

이주일 선배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63빌딩에서 첫 번째 디너쇼가 있었다. 초대손님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출연료는 디너쇼 사상 최고의 금액이었다. 공연조건은 서 있기만 하다가 내려갈 것과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되며 특히 웃거나 화를 내는 표정을 지으면 안된다. 그런 경우엔 출연료를 몰수하고 공짜 공연을 시킨다는 계약을 했다.


"요즘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정상의 두 인간을 소개합니다. 한 인간은 매일같이 징징거리고 울어대는 우거지상으로 정말 지겹다 지겨워, 그만 좀 울어라, 언제까지 울거냐, 울고 싶어라의 주인공 이남이 입니다. 또 다른 인간은 무대만 올라 오면 엎어지고 자빠지고 잠시라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땅바닥에 머리통을 처받고 흔들어 대면서 주접에 발광을 있는 대로 떠는 호랑나비의 주인공 김흥국입니다."


이주일 양 옆에서 나온 게스트가 횡렬로 섰다. 그야말로 그림만 보고도 디너쇼장 객석에서는 폭소만발. 웃음이 63빌딩을 무너뜨릴 정도로 심하게 흔들어 댔다. '니들 얼굴 좀 펴고 살아라. 남에 잔치집에 고춧가루 뿌리러 왔냐? 왜 구겨갖고 울어대냐? 남이야 울고 불고 곡한다고 누가 돈을 주냐 밥을 주냐 염병을 해라 염병을 해. 흥국이 너는 애들 장래를 망치지 마라. 미친 듯이 비틀구 돌리구 애들이 그거 따라하다가 땅바닥에 헤딩해 갖구 머리깨진 애가 하나 둘이 아냐.'


게스트들만 일방적으로 계속 혼줄이 나니까 불쌍했는지 나중에 퇴장할 때는 관객이 일제히 일어나서 열열한 기립박수를 보내, 무대가 잠시 끊기도록 한동안 쉬지 않고 보내주었다. 


‘울고 싶어라’와 ‘호랑나비’는 이주일 디너쇼에서 인간소품 역할을 충실히 했다. 세 사람이 뭉쳤다는 것만도 큰 화제요, 웃음거리다.


이주일 선배는 쇼맨이면서 연출과 기획에도 탁월한 실력을 갖춘 위대한 코미디언이었다. 그것을 계승한 제자가 김흥국이다. 김흥국은 나라사랑 축구사랑을 실천했다. 오늘에 월드컵 4강 신화, 손흥민, 박지성, 김민재의 세계적인 대활약은 김흥국이 뿌린 씨앗의 열매가 아닌가. 사심없이 열정을 다 바쳐 뛰고 노력했다. 그가 받은 댓가는 국제경기 초대권 몇 장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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