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 Law] 검수완박과 낙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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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 Law] 검수완박과 낙태법

웹마스터

김해원

변호사


지난 2017년 ‘비밀의 숲’ 이후 한국에 법률드라마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작년의 ‘로스쿨’에 이어 올해는 ‘소년심판’, ‘왜 오수재인가’, ‘인사이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볼만한 법률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에서 미국에서 많이 들었던 대사들을 들을 수 있다. 즉, 체포 당시 체포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알려줘야 하는 '미란다 원칙'이 한국에도 있는 것이다. 이 권리는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에도 명시돼 있다. 


미국에서 1963년부터 1966년 연방대법원에 이르기까지 3년여에 걸쳐 고민했던 결과인 미란다 원칙이 헌법에 규정된 나라는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미국의 예라고 착각하고 일명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박탈)을 실시하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미국의 한인 검사들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사권이 없는 미국 검찰처럼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한국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하며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수사와 기소 분리의 대표적인 모델로 제시하고 문명국가 어디에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게 사실이라도 한국이 미국의 사례를 꼭 따라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특히 반미주의자들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갑자기 미국의 모델을 선호하니까 혼란스럽다.


LA 총영사관 법무영사 출신의 한국 검사들도 검수완박 반대에 나섰다. 심우정 인천지검장은 지난 4월 동부지검장 당시 “가족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경찰 수사로 모든 걸 끝내고 싶은지, 검사가 한 번 더 보고 판단해주길 바라는지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달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역시 LA 법무영사 출신인 구승모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장은 검수완박이 통과되면 “검찰 직원들은 경찰의 기록만 읽어보고 재판에 넘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더 이상 피의자들의 억울함을 세밀히 살펴볼 방법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사우스 LA에서 코인론드리를 운영하다 살해된 한인 이달근씨의 경우는 더불어민주당이 아주 반길 예다. 왜냐하면 LAPD가 범인의 이전 범죄에 대해 중범이라고 수사했지만 검찰이 경범이라 이를 기각해 석방된 다음날 이씨를 살해했으니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LA카운티의 조지 개스콘 검사장의 사법개혁이 문제였다. 이 사실을 밝혀낸 이씨의 딸인 이다미 변호사는 조지 플로이드 죽음 이후 사법체계의 개혁을 지지해 왔지만 이번에는 개스콘 검사장의 정책이 잘못돼서 그의 리콜 운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LA타임스는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달 29일 후반기 국회가 원구성이 되면 낙태죄 입법 논의부터 서둘러 하자고 말했다. 그 이유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 낙태권리를 합법적이라고 결정한 1973년 판결 '로 대 웨이드'를 폐지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50년 동안 미국의회에서 입법조치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법조치를 했어도 얼마든지 법원에서 이를 엎을 수 있다. 그리고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지난 5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지 않았고 보수진영은 수시로 이 판결을 번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낙태나 미란다 원칙 등 미국에서는 몇십 년 동안 고민하면서 입법화 하거나 판결을 내리는 이슈들이 한국에서는 패스트푸드점 주문음식처럼 적용되는 현실이 어리둥절하다. 문의 (213)387-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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