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LA시장>가세티의 마지막 명령 “대중교통 무료화 검토하라”
LA카운티가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를 검토하고 있다. 조선DB
MTA 이사회서 보고서 제출 지시
내년 여름 캐런 배스 시장이 판단
10억달러 재원 혼잡통행료로 충당
학생 대상 시범 프로그램은 호평
노숙자 등에 안전·위생문제 우려
LA카운티 내 운행중인 버스와 전철 등 대중교통의 전면 무료화가 검토 중이다. 11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에릭 가세티 전 LA시장은 퇴임 전 마지막으로 이 같은 지침을 내린 것으로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가세티 전 시장이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 이사회에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해 올 여름까지 신임 캐런 배스 시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13명으로 이뤄진 MTA 이사회에는 LA시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며, 이사 3명의 임명권도 갖고 있다.
가세티 전 시장은 “우리가 차를 타고 일반 도로나 프리웨이를 주행할 때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장벽이 없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취약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인 메트로 버스와 전철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캐런 배스) 시장실 잭 세이들 대변인도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새 시장은 운임 없는 대중교통을 옹호하는 입장이었으며, LA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는 스탠스를 보였다.
그러나 시행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은 10억 달러로 추산되는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문제다. MTA는 혼잡통행료 프로그램을 다운타운이나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뉴욕시도 러시아워에 맨해튼에 23달러의 혼잡 통행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또 무료승차가 이뤄지면 노숙자나 부랑자들이 머무는 장소로 변질돼 위생이나 안전 문제를 비롯해 서비스 질의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울러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한 정부 지원금 지출로 지방 정부의 재정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나타낸다. Alliance for Community Transit을 이끄는 알폰소 디렉토 주니어는 “메트로 승객의 62%는 가계소득 2만400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이다. 이런 사람들이 평일 기준으로 하루 68만 7000명씩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조치는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메트로는 이미 팬데믹 기간 방역을 이유로 무료승차를 시행한 바 있다.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 프로그램 ‘GoPass’도 운영 중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학생 이용자가 2배로 늘어났으며, 교통비 걱정이 없어진 청소년들의 졸업률이 27% 상승해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워싱턴DC 의회가 지난 주 대중교통의 무료화를 승인해, 주요 도시 가운데는 최초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