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담금의 고통
김영균
팝 아티스트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어른 들에게 말대꾸를 하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버릇없이 어른한테 대든다”고 혼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옛 어르신들은 나이만 먹어도 무슨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여차하면 야단을 치셨다. 양반사회에서의 관행이 이어져 내려온 듯 입바른 소리라도 당당하게 말하면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를 듣는 사회였던 것이다. 몇 일 전 한 선수가 혹독한 훈련을 거쳐 금메달을 목에 걸고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회가 찾아와 하고 싶은 말은 하겠다며 당차게 말해서 스포츠 계와 협회라는 단체들이 지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잘들 아시겠지만 김장을 할 때 배추나 무가 찐 소금에 절여지고 매운 고춧가루나 마늘 등도 담금질하는 고통이 없다면 맛있는 김치가 결코 될 수 없을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도 살아있는 한 어려움도 있고 괴로움은 따르기 마련인데 여러 가지의 역경은 담금질한 재료들이 어우러진 양념의 맛과 같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어린 선수들이 담금질하는 고통으로 금메달들을 목에 걸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국위선양의 일등 공신들이다. 양념의 재료들마다 색깔과 향기와 맛이 다르듯이 사람들도 생김, 견해, 행위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곧잘 엇갈리고 대립되며 상충되기도 한다. 그 관계가 김장 양념 속 같아서 그 속에 섞여 살다 보면 갖가지 고초를 다 겪기 마련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나름이라는 것이 있다. 고생(苦生)이란 말을 한문으로 보면 괴로울 ‘고’ 에 날 ‘생’ 자였으니 태어나는 것 자체가 고생이고 삶 자체가 괴롭다는 뜻인 것 같다. 한국인들은 보통 인사를 할 때 "고생하셨습니다" 아니면 "수고"(壽苦)하셨습니다”인데 이것도 역시 받을 ‘수’에 괴로울 ‘고’자를 쓰니 괴로움을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생을 ‘고해’(苦海) 라고 하나보다. 어린아이가 울 때는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인데 안타깝다. (우리방송 '김영균의 음악세상'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