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회 증오범죄 예방 캠페인 ''유명무실'
22일 웨스턴 애비뉴에 위치한 한인 마트 매장 앞에 설치된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소책자와 호루라기 비치용 스탠드’가 쓰레기통으로 방치된 채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 / 우미정 기자
한인타운 마켓 앞 스탠드엔
‘비상 호루라기 대신 쓰레기만’
한인들 "제대로 관리 했으면"
“호루라기를 찾았는데 쓰레기만 가득하네요.”
아시안 증오범죄(Stop Hate)를 예방하기 위해 LA 한인회(회장 제임스 안)가 한인마켓 앞에 설치한 호루라기 박스가 부실한 관리 탓에 쓰레기통으로 전락했다.
LA한인회(회장 제임스 안)는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하던 지난 2021년 3월, 남가주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한인 등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급증하자 증오범죄 대처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인타운 내 한인마트 매장 앞에 관련 안내 책자와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호루라기를 비치한 스탠드를 설치했다.
당시 해당 캠페인은 아시아 커뮤니티의 안전 의식을 높이고 증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일깨우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해당 스탠드는 쓰레기 투척장으로 방치된 채 사람들의 시선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22일 한인마켓을 찾은 라크라센타에 거주하는 유인호(44)씨는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 아니냐”며 “일주일에 2-3번 마트를 방문하는데 안내 책자와 호루라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LA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오혜자(78)씨는 “호루라기 찾다가 애꿎은 쓰레기만 주웠다”며 “무서워서 혼자 걷지도 못하는 요즘 멈추지 말고 지속적으로 활동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구순자(75)씨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아시안 커뮤니티의 안전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지적하며 “LA한인회의 지속적인 관리와 아시안 커뮤니티에 대한 지원과 연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LA한인회 제프 리 사무국장은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약 70-80개의 호루라기를 비치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 사람이 한꺼번에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필요에 의해 많이 가져간다고 하니 대책을 마련하기가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마트의 일주일 평균 방문 고객 수가 약 1만 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소량의 비치용 호루라기는 오히려 고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등의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마트의 애드워드 매니저는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스탠드는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며 “마트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없으므로 매장 입구에서 스탠드를 철거해 달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 스탠드는 지난 2021년 3월 23일 LA한인회에서 아시안 증오범죄를 알리는 포스터와 관련 정보를 담은 소책자, 위급 시 사용할 수 있는 호루라기를 담은 가판대를 한인 마트 여러 곳에 설치했지만, 현재 1곳에서만 스탠드를 유지하고 있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