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 얼마 없으니… ” 94살 할머니 이번엔 세계 일주
조이 할머니와 손자 브래드. /grandmajoysroadtrip 인스타그램
미국 국립공원 60여곳 다 돌고
해외여행 나서려 첫 여권 발급
“내겐 남은 날이 얼마 없으니까요. 일단 뛰어들어야죠.”
아흔넷. 도전과는 어울리지 않는 나이라고 모두가 말했다. 하지만 ‘조이 할머니’는 달랐다.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나이로 미국 63개 국립공원을 전부 돌아 화제를 모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세계 일주에 나섰다. 그리고는 구십 평생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이렇게 말했다.
7일 CNN 방송에 따르면, 일명 ‘조이 할머니’로 불리는 조이 라이언(94)은 손자 브래드 라이언(42)과 세계 곳곳을 여행 중이다. 시작은 2015년이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한동안 할머니를 보지 못했던 브래드는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와 대화한 뒤 여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평생 높은 산을 실제로 보지 못했다는 할머니 말이 가슴에 남았기 때문이다.
브래드는 “할머니가 가장 후회하던 일은 단 한 번도 여행을 가보지 못한 것이었다”며 “할머니가 해본 여행이라고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함께 인근 플로리다로 드라이브를 몇 번 간 게 전부였다. 할머니가 본 세계는 뉴스나 여행 채널을 통해 본 것이 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첫 여행은 노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걸쳐 있는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스 국립공원’이었다. 학업에 지쳐있던 브래드는 이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했고 할머니에게 동행을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된 조이 할머니의 첫 여행. 85살 나이에 시작된 새로운 인생이었다. 머지않아 미국 내 63개 국립공원을 모두 여행하자는 결심까지 다지게 됐다.
두 사람이 ‘미션’을 완수한 건 작년이었다. 남들은 평생 도전해도 쉽게 이룰 수 없다는 일을 조이 할머니는 첫 여행 후 8년 만에 해낸 것이었다. 브래드는 ‘조이 할머니의 로드트립’(Grandma Joy’s Road Trip)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이 과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네티즌들도 조이 할머니에게 뜨거운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조이 할머니와 브래드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새 목표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극,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7개 대륙을 모두 방문하는 것. 조이 할머니는 이를 위해 2022년 생애 첫 여권을 발급받았다. 작년까지 캐나다와 케냐를 방문했고 올해는 에콰도르와 칠레에 갔다.
올해 말엔 호주로 떠난다. 최종 목적지는 남극이다. 조이 할머니는 “국립공원 여행은 긴 여정이었다. 하지만 난 모든 걸 즐겼다. 여행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정말 많이 만났다”며 “내겐 남은 시간이 많이 없으니 일단 뛰어들어야 한다. 속도를 줄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