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애들이 손 안 벌려야 할텐데…”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부모로 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AP
생활비· 학자금 대출 감당 못해
대학 졸업, 취업해도 ‘도와 달라’
부모 돈 받는 20~30대 자녀 수두룩
월 평균 718달러, 가주 800달러 이상
LA지역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LA 다운타운에 첫 직장을 잡은 한인 김모씨의 연봉은 5만 달러 남짓. 친구와 함께 다운타운의 신축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그가 매달 부담하는 월 렌트만 2000달러에 육박한다. 여기다 차량 할부비와 각종 생활비, 남아 있는 학자금 대출 페이먼트까지 부담하면 월급만으로 생활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이 때문에 김씨는 스마트폰 비용과 함께 매달 500달러 정도를 부모로부터 지원 받고 있다.
한인을 비롯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까지 했지만 재정적으로는 온전히 ‘독립’하지 못한 채 부모로부터 정기적으로 금전적 도움을 받는 젊은 세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USA투데이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의 부모가 자녀의 생활비로 월 평균 718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게 되면 경제적으로 온전히 독립할 것이라는 상식과 달리, 자녀들이 여전히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이유는 월급 만으로는 비싼 생활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닐 때 받은 학자금 대출 때문에 졸업 후 취업을 해도 여전히 빚에 허덕이게 되는 것도 재정적 독립을 더디게 하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며 고 인플레이션과 일자리 축소 등을 맞닥뜨린 MZ 세대들의 경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생활비가 비싼 지역일수록 부모들 지갑에서 나가는 금액도 더 컸는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월 869달러에 달해 가장 많았으며 워싱턴(853달러), 버지니아(841달러), 뉴욕(761달러), 오하이오(759달러)가 뒤를 이었다. 반면 아이오와는 월 평균 349달러로 가장 낮았다.
부모들이 자녀들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자녀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는 부모들 3명 중 한 명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거주지역에 따라 자녀들이 재정적으로 독립하기를 바라는 시기도 차이가 났다. 뉴욕 등 물가가 높은 지역의 부모들은 26세 쯤 ‘스스로 독립’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뉴멕시코와 네바다, 오리건 등의 부모는 23세가 ‘적당하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젊은 시기에 부모로부터 일정 부분 재정적 지원을 받는 자녀들은 경제적으로 안착하는데 더 유리하고 빠르다는 분석을 내놨다. 부모의 도움을 일정 기간 받을 수 있어 첫 직장을 선택할 때 '당장의 수입'보다는 '장래의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모들이 자신들의 노후 준비를 희생하면서까지 자녀에게 재정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