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화물운송의 혁명 ‘이단적재 철도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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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화물운송의 혁명 ‘이단적재 철도운송’

웹마스터

이보영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유대인 속담에 “물과 지식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말이 있다. 물은 흐르다가 걸림돌이 있으면 돌아서 또는 넘어서 끝없이 낮은 곳으로만 흐르다가, 더 낮은 곳이 없으면 그곳에서 머물며 고인다. 그러나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 흔히 “돈은 돈이 되는 곳으로 모인다”고 한다. 높은 금리(金利)를 쫓아가고, 안전한 투자 쪽으로 흘러간다.


그렇다면 화물은 어느 방향으로 흐를까? 화물은 아무래도 “문화수준이 높고 소비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흘러간다.” 쉽게 말해 부자동네로 흐른다.


물류(物流: 화물의 흐름)는 소비가 많은 곳으로 흐른다. 지구상에서 문화수준이 높고 소비성향이 강한 곳은 역시 미국이며, 미국 내에서도 동부지역이 대체로 높다. 따라서 세계의 상품들이 미 동부시장으로 흐른다. 미 중부지역은 교통의 허브(Hub)로 화물의 집배, 보관, 배송 등이 용이해서 대형 백화점, 연쇄점, 온라인 쇼핑회사들의 창고, 야적장, 물류 데포(Depot) 들이 모여있는 지역이다.


조선업(Shipbuilding)이 발달하면서 화물(컨테이너)선들이 대형화되기 시작했다. 대형 화물선은 미국시장으로 흘러드는 화물들을 더 많이, 더 빠르게 운송했고, 미 서부지역 항만엔 화물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해안도시들의 항만마다 컨테이너 적체로 점차 항구의 기능이 마비될 정도였다.


태평양을 건너 온 선박들이 미 동부지역으로 가려면 파나마운하(길이 82km, 폭 33m)를 통과해야 한다. 대형 화물선은 폭이 넓어 운하 통과가 불가능하다.(2016년 6월에 완공된 신 파나마운하는 폭 49m). 운하 통과료도 비싸고, 통과료는 선지급 조건이며, 통과 예정일자와 시간은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파나마운하 통과보다는 육로의 철도운송을 선호하게 되었다.


선박에서 하역된 화물의 약 70%가 대륙횡단열차에 실려 동부와 중부로 연계수송이 이루어 진다. 이를 복합운송(Intermodal Transport)이라 한다.


교통수단 중 열차가 가장 길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아무리 열차가 길다 해도 선박이 내린 화물량을 과연 적기에 적량을 소화해 운송할 수 있을까? 만약 열차의 길이를 1마일 정도로 늘어 뜨린다 해도, 컨테이너(40ft) 탑재는 115개가 최대 한계이다. 길이를 늘일수록 속도는 느려지고 탈선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철도 건널목 차단(Crossing Barrier)으로 정지되어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과 정체는 도시에 교통대란을 초래케 한다.


열차의 길이로는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자, 화물의 적재 방식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 연구의 결과물이 바로 ‘이단적재 철도운송(DST: Double-Stack Train)’ 이다. 1984년 세계 최초로 미국이 개발한 DST서비스는 일종의 ‘화물운송 혁명’이었다. ‘이단적재 철도운송(DST)’은 1개의 철도 화차에 컨테이너 2개를 높이로 쌓아서(Double-Stack) 운송하는 형태이다. 화차(Flat Car) 위에 2개의 컨테이너를 쌓기 위해서는 화차의 바퀴를 양 끝으로 밀어내고, 양 바퀴 사이의 바닥이 낮고 오목하게 파인 형태로 만들어져야 안전하다.


DST서비스는 기존의 철도를 재건축하고, 신규 화차(높이가 낮은 차량) 제작에 많은 투자가 뒤따랐다. 우선 철도의 모든 지반(地盤 : Rail Foundation)을 강화시키고, 터널의 천장을 높이고, 교량과 교각의 보강을

하는 등, 화물의 무게를 감당하고 통과할 수 있도록 엄청난 재원이 투자되었다.


DST는 통상 한 번 운행할 때 40피트 컨테이너 280개, 또는 20피트 컨테이너 560개를 운송할 수 있다. 이때 기관차(Locomotive)는 5대가 앞, 뒤에서 끌고 밀며 간다. 기관차의 연료비는 더 들겠지만, 화물 운송비는 종전보다 훨씬 저렴하고, 적기적량 운송이 가능해 졌다. 넓은 영토와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트럭 & 트레일러가 내륙운송에 큰 역할을 수행했었지만, DST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내륙운송 체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해상운송만 해 오던 해운사들도 미국 철도회사와 DST 복합운송 계약을 맺고, 내륙운송 서비스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종합운송 물류업체로 변신하게 되었다. (‘한진해운’도 ‘유니온 퍼시픽 철도회사’와 DST서비스 계약을 맺고, 복합운송 물류회사로 성장했었슴) 2010년 이후부터 미국의 DST서비스를 통해 노하우를 얻은 캐나다, 호주, 브라질, 중국, 인도, 네델란드 등 넓은 영토와 물류가 큰 국가들이 DST를 도입했고, 한국도 2017년부터 한국형 DST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DST서비스는 원활한 물류를 위해 개발된 획기적인 ‘운송모드’ 이다. 세계 최초로 물류의 원리를 도입한 원조(元祖)는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Joseph)이다. 그는 7년간 풍년 때에 곡물의 1/5(적량)을 흉년을 대비하여 저장(보관)할 줄 알았고, 가뭄을 대비하여 나일강가에 저수지(Waterway of Joseph)를 만들었고, 드디어 흉년이 닥치자 곡물과 물을 배송, 배수하는 지혜로 이집트는 물론 가나안, 근동지역까지 먹여 살린 지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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